수영·역도·사격의 숙제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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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한국이 역대 최다의 금메달 13개를 획득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영의 박태환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수영 자유형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은 기초종목이자 올림픽에서 두번째로 많은 금메달이 걸려 있는 수영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박태환의 쾌거는 골퍼의 박세리, 메이저리그의 박찬호의 성공과 견줄만 하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나 수영연맹은 박태환의 금메달을 계기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4년 또는 8년 뒤 올림픽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박태환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이뤄졌지만 박태환과 같은 선수를 발굴하는 시스템 구축은 안됐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선수들이 수영을 할 때 자세와 근력, 스피드를 측정할 수 있는 작은 풀 스스템을 6개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엔 이런 풀이 한 개도 없다. 박태환을 계기로 수영 종목의 저변이 확대되겠지만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이 개선되지 않는 한 수영은 자칫 ‘반짝 인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름대로 가장 성공을 거둔 종목은 역도다. 우승이 예상됐던 장미란의 세계신기록 달성으로 한껏 분위기는 고조됐지만. 사실 역도는 모든 스포츠에 필요한 기초운동이라는 점에서 이 종목에 대한 세인의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사격은 16년만에 진종오가 금메달을 따냈지만, 당장 태릉사격장을 철거할 예정이어서 서울에서 사격대회가 열릴 수 없게 됐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이 15개나 걸려 있는 사격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격은 가장 많은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지만 종목별 특성화 전략이 짜여 있지 않아 코칭스태프의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큰 문제점이다.

올림픽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효율적인 투자, 메달이 많이 걸려 있는 종목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매우 필요하다. 전종목에 대한 지원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큰 가능성을 보여준 수영·역도· 사격의 도약을 위해 정부와 대한체육회, 해당 단체간의 끊임 없는 노력과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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