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바이러스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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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 해 자살자가 1만2천174명, 하루 평균 33.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치 않는 죽음을 맞는 운수사고 사망자(7천604명)보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자살은 10년 전 사망 원인 8위에서 4위로 뛰었다.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죽어간다는 얘기다. 더구나 가족동반 자살, 청소년 자살 등이 급증하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험에 처했다.

가족동반 자살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심각하다.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의 붕괴문제를 비롯, 경제문제·아동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혔다.

청소년의 자살도 문제다. 2005년 기준으로 10 ~24세 청소년 전체 사망자 3천342명 중 887명(26.5%)이 자살자다. 4명 중 1명이 자살로 죽은 셈이다. 사회와 학교 안에서의 경쟁과 억압적 시스템이 점점 강화되면서 청소년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이 자살의 근본 원인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은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가 생기는 우려를 준다. 지난해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여재구씨가 자살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도 탤런트 안재환씨가 목숨을 끊었다.

연예인의 자살은, 죽은 연예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정신적 메카니즘이 발동하면서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청소년에게 모방자살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

자살 이유는 많지만 자살자 80%가 우울증 환자라고 한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5.6%다. 한국인 269만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6년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63만8천여명으로 2001년에 비해 47.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후유증이 더 크다. 죽은 사람은 모든 고통을 잊겠지만 가족이나 친한 사람이 자살하면 주변의 여섯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에 시달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살자의 가족은 ‘내 탓’이라는 죄책감이 들어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자살은 가족에게 평생 지워주는 고통이다. 스스로 죽을 지독한 결심을 품었다면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인들 못하랴!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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