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은 전체 노인(481만여명)의 8.3%에 해당하는 39만9천명으로 2000년 28만2천명에서 7년새 11만7천명(41.4%) 늘었다. 국내 치매환자 비율은 일본(3.8%), 영국(2.2%), 미국(1.6%), 스페인(1.0%) 등과 비교했을 때 제일 높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국내 치매노인은 2010년 46만1천명(전체 노인의 8.6%), 2015년 58만명(9.0%)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크게 혈관성, 대사성, 원인불명 치매로 나눠진다. 혈관성 치매가 30~40%, 대사성 치매가 10~20%를 차지하며 원인불명 치매가 50% 정도 된다. 이 중 원인불명 치매를 제외하면 사전에 발병을 막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치매를 ‘노망’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편견과 무지가 치매의 예방과 치료를 어렵게 한다. 일본에서 치매를 ‘인지증'이란 병명으로 바꾼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더욱 심각한 일은 치매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데도 정부 대책이 별무라는 사실이다. 전국 252개 보건소 중 절반도 안 되는 118곳에서만 검진이 가능하다.
국가 치매 예산은 12억원으로 암 예산(1천27억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치매환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 사후관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66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전환기검진사업’서 치매로 진단을 받아도 정밀검진이나 치료 등 사후관리가 없다시피하다.
치매는 ‘노인 행복의 덫’이다. 하지만 불치의 병은 아니다. 예방·치료도 가능하다. 초기에 진단을 받으면 인지기능 개선제를 통해 병의 진행이 지연된다. 여러가지 예방·치료 방법 가운데 노인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미술치료는 그동안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치매치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치매미술치료협회(회장 신현옥)가 오는 20, 21일 이틀 동안 수원 장안공원에서 펼치는 ‘제29회 세계 속의 孝문화뺛-뺛나의 사랑 나의 가족전’도 훌륭한 치매 예방·치료 행사다. 치매노인들이 그린 천진난만한, 그래서 한결 순수한 그림들이 전시되는 ‘나의 사랑 나의 가족전’이 새삼 돋보이는 이유는 화가로 구성된 50여명의 회원들이 치매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극진히 봉양하기 때문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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