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과제는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철저히 외면했다. 교원 직급을 조교수·부교수·정교수의 3단계로 줄여 ‘전임강사’를 없앴다. ‘전임’인데도 ‘강사’라는 명칭이 ‘시간강사’란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 일견 가상하다.
교수나 강사들에 대한 호칭은 에피소드가 많다. 시간강사, 전임강사이지만 학생들이 “강사님”하고 부르진 않는다. 모두 교수님으로 통한다.
교수들의 성씨(姓氏) 때문에 생기는 우스개말도 적잖다. 전임강사라는 명칭을 없애고 교수 직급을 교수·부교수·조교수의 3단계로 단순화했지만, 아무리 정(正)교수라 하여도 예컨대 성씨가 조(趙)나 조(曹)라면 평생 조(助)교수다. 총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씨(夫氏)성을 가진 교수가 총장이 돼도 여전히 부(副)총장이다.
그러나 조(助)교수라 해도 성씨가 정(鄭)이나 정(丁)이라면 어엿한 정교수로 대접 받는다. 부씨(夫氏)면 정교수여도 부교수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학창 시절에 은사를 조○○ 교수님, 부○○ 교수님이라고 꼬박 꼬박 성씨 뒤에 이름을 따라 붙였던 추억은 아마 거의 갖고 있을 터이다.
대학의 전임강사 명칭이 45년 만에 폐지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본교와 분교캠퍼스 간의 정원 조정이 쉬워져 탄력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러나 학생들이 직급과 관계 없이 “교수님, 교수님”하고 따르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문제는 한 군데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학 시간강사들의 평균 연봉은 전임 강사들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임 강사 평균 연봉 4천123만원에 비해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은 999만원 정도다. 국공립대학 시간강사 평균 연봉은 1천161만원으로 사립대학 시간 강사 평균 연봉 972만원에 비해 다소 높다. 시간당 강사료의 경우 국공립대학은 평균 4만3천원, 사립대학은 3만4천원이다. 석사·박사과정을 마친 지식인들의 보수치곤 너무 보잘 것 없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나타난 수치다.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이 포함된 대학자율화가 속히 추진돼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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