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한국영화계 더 고민해야 할 때"

(연합뉴스) "해외 영화제가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잘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한국영화계에서 좀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23일 오후 용산CGV에서 주연 배우 이나영과 참석한 신작 '비몽'의 언론시사회에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그동안 웬만한 유럽영화들이 한국에서 개봉 많이 했는데 요새는 그 반대로 돼 버렸죠. 한국영화가 많이 소개돼 한국영화의 개성이 유럽에서 보편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재고의 대상이 된 게 아닌가 합니다."

김 감독의 15번째 영화 '비몽'(제작 김기덕필름ㆍ스폰지이엔티)은 옛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꿈에서 늘 만나는 진(오다기리 조)과 밤마다 무의식 상태에서 진의 꿈대로 실제로 행동하게 되는 란(이나영)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는 '비몽'의 시놉시스를 2년 전 꿈을 꾼 뒤 그 자리에서 썼다고 소개하면서 현실과 꿈을 오가는 이야기이지만 큰 주제는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내 차를 조감독이 운전하고 저는 조수석에 앉아 자고 있다가 사고가 났는데 그 사고를 내가 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 속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민을 거쳐 '비몽'을 만들었습니다. 꿈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사랑, 사랑의 한계입니다. 갈대밭 장면이 바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비몽'에는 한옥이나 절 등 한국적인 풍경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가 등장하지만 오다기리는 일본어로, 이나영은 한국어로 통역 없이 대화를 하고 서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이해하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적인 풍경은 제가 한국인이라서 늘 그렇게 됩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마음 먹은 것이 100% 한옥에서 찍자는 것이어서 평소 눈여겨 보던 한옥에서 찍었어요. 대사 문제는 반신반의했지만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다기리 조의 캐스팅에 대해서 그는 '빈 집' 이후로 파트너로 일해온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가 전면에서 캐스팅을 성사시켜 주고 있다면서 "오늘 보니 좋은 그림이 돼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영화에서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가 보이는 버전과 보이지 않는 버전의 두 가지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시사에서는 나비가 없는 버전이 상영됐지만 국내 개봉관에서는 나비가 나오는 버전이 상영될 예정이다.

김 감독과 동석한 주연 배우 이나영은 "감독님의 전작을 많이 보지 못해서 많은 분들이 감독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센 이미지가 내게는 없었고 다가가기 쉬웠다"며 "감독님만의 색깔, 상대 배우의 느낌, 시나리오의 느낌이 모두 좋아서 무작정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서 잘 이뤄질 수 없는 스토리라 이들이 처한 상황들이 재미있었다"며 "장르적으로도 보통 여배우들의 캐릭터에는 한계가 지어지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더욱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오다기리와의 공연에 대해 이나영은 "눈빛과 눈빛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았다"며 "외국 배우인데도 전혀 경계의 벽이 없었고 배우로서 자극을 주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칭찬했다.

'비몽'은 내달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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