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속춤의 하나인 ‘승무(僧舞)’는 기원설(起原說)이 여러가지다. 천부의 미모와 능수능란한 풍류로 지족선사(知足禪師)를 파계의 지경까지 몰고가게 한 ‘황진이초연설(黃眞伊初演說)’, 상좌승의 기거범절(起居凡節)이나 독경설법의 모습을 사미승들이 희화시킨 것에서 나왔다는 ‘동자기무설(童子起舞說)’,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탁발수도에 나섰다가 깊은 계곡에서 8선녀를 만나 한 때 그 미색에 현혹돼 번민하였으나 광대무변한 불도의 참을 깨달아 해탈의 법열을 체험한 과정을 무용화한 것이라는 ‘구운몽인용설(九雲夢引用說)’, ‘산대가면극’ 가운데 노장출에서 따왔다는 ‘노장무유래설(老杖舞由來說)’, 파계로 환속한 자가 가책을 이기지 못하는 오회(五悔)의 심정을 춤에 담아본 것이라는 ‘파계승번뇌표현설(破戒僧煩惱表現說)’ 등이 있다. 한편에선 악신(樂神)·건달바(乾達婆)가 영산회상(靈山會相)의 장엄하고 엄숙한 광경을 묘사한 것, 위(魏)의 조자건이 천태산(天台山)에 올랐다가 범천(梵天)에서 들려오는 오묘한 소리에 고기떼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춤으로 옮긴 것이라는 등의 불교문화사적 기원설도 있다. 또 탁발승이 포교과정에서 군중을 모으기 위해 법무(法舞)를 속화시켜 추었던 것이 항간에 번졌는데 억불숭유(抑佛崇儒) 이후 민간에 의해서 재연된 것이 승무의 발상이라고 보는 불교무용유래설(佛敎舞踊由來說)이 있다. 하지만 추측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승무는 붉은 가사에 장삼을 걸치고 백옥같은 고깔과 버선코가 유난히 돋보이는 차림으로 염불·도드리·타령·굿거리·자진모리 등 장단의 변화에 따라 일곱 마당으로 구성된 춤을 춘다. 신음하듯 번민하듯 움틀거리는 초장의 춤사위에서부터 열반의 경지에서 범속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하염없는 법열(法悅)이 불법의 진리와 더불어 표상된다. 말미의 춤사위에 이르기까지 뿌리고 재치고 엎는 장삼의 사위가 서로 혼화(渾和)를 이루어가며 소쇄(瀟灑)함 속에 신비로움이, 역감 속에 정교로움이 감도는 조화의 극치를 창출한다. 그야말로 가히 정중동(靜中動)의 산 증표다. 조지훈의 불후의 명시 ‘승무’는 신묘한 춤사위를 노래한 작품이다. 승무는 10월 4, 5일 열리는 ‘화성 용주사 승무제’에서 공연된다. 조지훈의 詩 ‘승무’도 낭송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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