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역사는 장구하다. 중국에서 나왔다. 요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무려 4천300여년 전이다. 바둑판의 구조가 주역의 이치와 상통하여 고대 중국에서 성행했던 걸로 풀이된다.
우리에게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다. 구당서(舊唐書), 후한서(後漢書), 백제사 개로왕전은 삼국시대에 바둑이 유행했던 기록이 많이 나온다. 조선조말 흥선대원군은 바둑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다. 조선 팔도의 고수들이 운형궁에 몰려 들었다고 한다.
바둑의 오묘함은 수의 무진무궁함에 있다. 수 천년동안 바둑이 두어졌지만 똑같이 둔 판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보는 것이 바둑계의 정설이다. 바둑은 이론적 탐구, 두뇌적 운동, 정서적 심성 등 3대 요소를 내포한다. 명지대(大)엔 바둑학과가 있다. 이론적 탐구를 학문화한 것이다. 전국체육대회에 바둑이 시범종목으로 든 것은 두뇌적 운동을 평가했다 할 수 있다. 정서적 심성은 바둑 두는 이의 심성, 즉 인격이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바둑 두는 심적 자세에 따라 2급의 차이가 난다. 예컨대 설욕을 작심하고 두면 복수심에 눈이 가려져 지게 마련이다. ‘청심과욕’(淸心寡慾)은 바둑의 기초적 계명이다. 바둑은 두는 이의 성품과 도량이 반면에 나타나고, 바둑 한판은 인생의 흥망성쇠나 희노애락의 과정과 같다.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어도 인생사를 닮은 바둑은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살(둘) 수 있는 묘미가 있다.
국회의원의 바둑 모임인 ‘기우회’가 생겼다. 원유철·이범관·최병국·유정복·고흥길 의원 등 여야의원 28명이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했다. 물론 의원들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바둑이 지닌 정서적 심성의 면에서 친목 이상으로 기대되는 바가 있다. 바둑의 대국은 서로 말이 없다. 말은 없지만 돌 하나 하나 두는 것이 서로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하는 이유다.
여야 의원들이 수담을 나누면서 허심탄회한 심성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정국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중·일 의원 바둑 친선대회를 갖겠다는 계획도 좋다. ‘기우회’가 망중투한(忙中偸閑)의 활성화가 있길 바란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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