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가로수

단풍철이 곧 다가온다. 사람들은 단풍을 감상하지만 단풍은 활엽수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엽록소(탄소동화작용의 촉매인 엽록체)가 변질하여 화청소(이파리의 색소)의 색깔이 붉거나 노랗게 변하는 것이 단풍이다.

모든 활엽수는 늦가을이면 다 단풍이 든다. 그중 유별나게 고운 것이 단풍나무의 빨간 단풍과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이다. 단풍이 아름답긴 해도 낙엽을 앞두는 것이 단풍이다. 유실수는 열매를 다 성숙시키고 나면 낙엽의 전주곡으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적잖다. 도심지에서 은행나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참 좋다. 그런데 결실을 맺은 은행이 문제다. 보통은 바지런한 주민들이 따간다. 길 가다 보면 은행나무 가로수에 올라가 툭닥거리며 은행 터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런데 장대를 이용해 은행 20㎏을 딴 주부 3명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다. 은행 열매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이므로 절도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 영등포구청에서는 ‘가로수는 공공의 재산이므로 나무 열매도 공공의 재산’이라면서 길에 떨어진 것을 줍는 것은 괜찮아도 따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틀린 말이 아니다. 더 엄격히 말하여 길에 떨어진 열매를 주어도 안된다 할 수 있는 것은 길에 떨어져도 공공의 재산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들 말대로라면 공공의 재산인 은행 열매를 구청에서 제때 거둬들이지 않아 유실되거나 그대로 썩히면 직무유기나 배임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책상머리 이론보다 실체적 사실을 봐야한다. 자치단체에서 은행나무 열매를 수확해간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인건비가 안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따는 것도 힘이 들지만 열매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리는 데 잔손질이 여간 가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방법은 수확할 권리를 민간에 입찰 붙이는 것이지만 이도 문제점이 적잖다.

어떻든 가로수를 관리하는 자치단체에서 따가지도 않는 은행 열매를 주민이 땄다고 절도죄로 다스리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원시를 비롯한 도내 시·군에서도 은행나무 가로수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은행나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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