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번(券番)은 기생학교다. 가무와 예법 등을 가르친다. 권번은 한성(漢城·서울) 권번도 유명했지만 평양 권번을 더 알아 주었다. 권번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 요정이다. 기생이 없는 요정은 요정 축에 들지 못했다. 종로에 있었던 명월관은 일제 강점시대의 대표급 요정이었다. 광복 후에는 권번이 폐지됐다. 기생도 없어졌다. 기생은 없어졌지만 기생 역할을 하는 접대부는 있었다. 일종의 고급 접대부인 것이다. 고인이 된 모 고관과의 염문설로 파란을 일으켰던 여성이 고급 접대부였던 것이다.
삼청각·청수원·아서원 등은 서울에서 한때 소문났던 기업형 요정이다. 옛 삼청각 자리엔 길상사란 절이 들어섰다. 주인이 절을 세웠다. 요정정치의 시대가 있었다. 1980년대까지 이랬다. 정부 고위직이며 정치권의 흥정이 으레 요정의 밤 술자리에서 이뤄졌다. 폭탄주의 원조가 이 같은 요정 술판에서 연유됐다.
지금은 한식 요리집은 있어도 접대부를 둔 요정은 없다. 요즘 세상에 요정정치를 하다가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요정정치는 없어도 카페정치는 없지 않다. 저택에 꾸민 은밀한 구조의 고급 양주집이다. 이른바 호스티스로 불리는 접대부도 있다. 서울 강남에 이런 데가 많다. 이의 관리형 일류 마담 월급이 웬만한 근로자 연봉과 거의 맞먹는다. 각계의 많은 인맥 사단을 단골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맥은 정계·관계·재계를 비롯해 여러 방면이다. 정·관계의 인사들이 이런 델 더러 이용하는 것으로 들린다.
아소 다로 일본 신임 총리가 카페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 9월24일 취임 이후 지난 17일까지 15차례나 비공식 밤 스케줄을 보냈다는 것이다. 데이코쿠(帝國·제국) 호텔 같은 특급호텔의 회원제 카페에서다. 일본은 과거의 기생과 비슷한 ‘게이샤’ 문화가 아직도 있다. ‘게이샤’ 술집에도 갔는진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무튼 술집엔 날마다 간 모양이다. 공식 밤 스케줄 10차례를 합치면 불과 24일 동안에 모두 25차례나 밤 술자리를 가진 셈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요정이든 카페든 술자리 정치가 건전한 자리라고 보긴 어렵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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