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삐라(bill)는 선전을 위한 종이 쪽지를 사람이 돌려주거나 눈에 잘 띄는데 붙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삐라가 북녘 공중에서 뿌려져 평양정권이 삐라 노이로제에 걸렸다.

‘김정일은 300만 인민들이 굶어죽을 때도 일본 요리사를 불러 진수성찬을 차렸다’ ‘인민들을 먹여살려야 할 8억9천만 달러를 아버지 시체 장식에 썼다’는 것 등이다. 여자 관계 등 복잡한 가계보 등이 제시된 삐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열린 남북군사실무책임자 접촉에서 북측은 삐라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 2일에도 같은 요구를 했다. 저들은 삐라 중단 요구를 위해 남북군사실무책임자 접촉을 제의하는 실정이다.

북측은 삐라 살포에 대해 “엄중한 상황”이라며 “개성공단, 개성관광사업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얼마전 로동신문은 논평원 글을 통해 “존엄에 대한 비방행위는 핵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협박했다.

삐라는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형 풍선을 이용해 보내는 것이다. 삐라를 실은 풍선이 북녘 상공에 날아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절로 터져 쏟아지도록 돼 있다. 수 십만 장이 살포된 가운데 멀리는 평양 이북에까지 뿌려진 모양이다.

이에 통일부는 민간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북측은 계속되는 삐라에 ‘요청 놀음’을 벌릴 뿐이라며, 반공화국 책동의 삐라 살포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주장한다.

삐라가 북에서 남으로 뿌려졌던 때가 있었다. 이른바 천리마운동으로 북의 경제 사정이 남쪽보다 앞섰을 시기에 겨울이면 북풍을 타고 삐라를 남으로 살포했던 것이다. 당시 대공기관에선 불온 삐라를 줍게되면 신고해달라고 홍보하기에 바빴었다.

“장군님이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힘이 솟아 올랐다”는 것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북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여자 역도 63㎏급 박현숙(23)의 말이다. 이에 중국인들 사이에선 “장군님 생각에 힘이 솟았다니, 진짜 마오(毛) 시절이 생각난다”며 화제가 됐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그와 같은 ‘장군님’에 대한 삐라는 가히 ‘존엄’의 훼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삐라 살포에 대한 북의 신경질적 반응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뒤에 부쩍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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