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장안에 화제다. 매회마다 클래식 연주곡과 악기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고, 현실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기는 하나 교향악단의 구성과 실태가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클래식을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클래식은 과거 왕과 귀족이 즐기던 예술 분야였고,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친숙함을 느끼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TV드라마에서 교향악단과 연주자들 그리고 지휘자의 정신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재미있는 소재로 만들어 인기를 끌게 되니 클래식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역시 전파력이 강한 대중매체 중 TV만한 것이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
교향악단의 경우, 전체 편성 오케스트라가 70~80여명이 넘는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소규모 예술단에 비해 각양각색의 일들이 일어난다. ‘베토벤 바이러스’도 그런 면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드라마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허구도 있지만, 실제 교향악단 가운데서는 다양한 징크스를 지닌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지방 B교향악단의 경우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연주에 대한 징크스가 있는데 수년전 그 곡을 초연 했을 때 연주를 3일 앞두고 목관파트 남자단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고, 그 뒤로 또 다시 ‘비창’을 레퍼토리로 하는 연주회를 앞두고 바이올리니스트가 교통사고를 당해 일가족이 사망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자 그다음 ‘비창’을 연주하게 될 기회가 생기면 연주 단원들은 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또 K교향악단의 경우는 베토벤이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위해 만들었다는 교향곡 3번 ‘영웅’ 연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이유인즉 연주단 창단 후 베토벤 ‘영웅’교향곡 초연 후 며칠 뒤 제2바이올린 주자 K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두번째 연주 후에는 또 다른 바이올린주자 K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세 번째 연주 6일 후에는 원로 호른주자인 S씨가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이런 불길한 일이 잇따라 발생하자,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영웅’교향곡을 연주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S교향악단의 경우는 외국인 지휘자를 초청해 연주를 할 때마다 비가 오는 징크스가 있어 가뭄이 심해지면 우스갯소리로 ‘외국인 연주자를 초청하자’는 말을 하곤 한다.
교향악단이 연주를 통해 보여지는 우아함과 아름다운 선율 뒤에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가 이렇게 산재해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극 중 강마에로 분한 탤런트 김영민이 냉철한 노력형 천재로 그려지면서 쏟아내는 언어적 표현이 한몫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교향악단의 뒷모습이 일반인들에게 관심거리가 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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