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불가사리는 상상의 동물이다. 곰 같은 모양에 코끼리 코, 무소의 눈과 쇠꼬리에다 호랑이 다리를 가졌다. 역시 상상의 동물인 용을 서기(瑞氣)로 치는 것처럼 불가사리도 악몽을 물리치고 사기(邪氣)를 쫓는 것으로 전한다. 경복궁 굴뚝 밑에 불가사리가 새겨진 것은 굴뚝을 통해 침입하는 것으로 여긴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한 주술이다.

그런데 불가사리가 이변을 일으킨 전설이 있다. 고려말 나라가 어지러울 때, 개경(개성)에 불가사리가 나타나 쇠란 쇠는 무기든 농기구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활을 쏴 아무리 죽이려고 해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어느 현인이 불로 없앨 수 있다고 하여 그의 말에 따라 가까스로 죽였다고 한다. 죽일 수 없었다 하여 ‘불가사리’(不可殺伊)라 하고, 한편으로는 불로 죽였다 하여 불가사리’(火可殺伊)로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상상의 동물이 아닌 실재(實在)의 불가사리가 바다 속에 있어 인간을 꽤나 괴롭힌다. 불가사리 강에 속하는 극피동물의 총칭이 불가사리다. 별 모양의 몸체를 조각내도 죽지 않고 조각난 채 살아나 더 늘어나는 골치아픈 동물이다.

국토 연안이 불가사리로 애먹는 가운데, 옹진 앞바다엔 특히 심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전복, 소라 등 소중한 어민들의 패류 어자원을 불가사리가 마구 먹어치워 씨를 말릴 지경이라는 것이다. 군 부대와 주민들이 단 이틀 동안에 무려 9천㎏을 건져냈는데도 바다 속은 여전히 온통 불가사리 천지라는 소식이다.

예전엔 별로 보이지 않던 불가사리가 갈수록 늘어난 이유 또한 밝혀지지 않아 구제책이 막막한 실정이다. 그냥 해수 온도가 상승한 기후 변화와 유해물질의 유입 등으로만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당국은 어민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온 불가사리를 ㎏당 1천원에 사들이는 게 고작이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동강내도 죽지않는 바다 불가사리는 화살을 맞고도 죽지 않았던 육지 불가사리를 불로 다스렸던 것처럼 불에 태워야만 완전히 없앨 수가 있다. 세상이 어수선하다 보니 육지 불가사리가 아닌 바다 불가사리가 설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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