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의 생명이어, 품성은 다르나 목숨은 같으니라. 아까운 생명이지만 의로운 죽음을 피하지 않음이니, (중략) 사람을 원망하지 말지어다’ 동물 위령제 제문의 한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실험용으로 희생된 동물 위령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위령제는 ‘동물공양지비’(動物供養之碑)라고 새겨진 위령비 앞에서 거행됐다. 제상에는 쥐·토끼·원숭이 등 실험용 동물들이 좋아하는 사료며 과일이 가득했고, 식약청 등 직원 60여명이 참석해 국화 헌화와 함께 묵념을 했다고 한다.
위령제는 식품의약품안정청, 국립독성과학원, 질병관리본부 등 실험용 동물을 주로 많이 사용하는 세 기관이 합동으로 거행했다. 이 세 기관에서 연간 사용하는 실험용 동물이 약 5만 마리에 이르고 이 가운데 쥐가 90%가량 차지한다. 쥐도 여러가지다. 가장 많이 실험용으로 쓰는 쥐는 생쥐에 속하는 마우스(mouse)다. 마우스는 애완용으로도 키우는 데 흑색·갈색·담색 등 여러 색깔이 있으나 흰색이 대부분이다. 번식력이 강해 한 번에 5~7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제2차대전 때 만주를 점령했던 일본 관동군은 하얼빈에 생체실험 부대를 두어 산 사람을 실험용 동물처럼 썼다. 독가스를 개발할 때마다 사람을 가스실에 넣어 죽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변화를 관찰했다. 특수 세균을 만들어 감염 및 발병 경로를 연구하기도 했다. 방사능에 대한 인체 반응도 조사했다.
이 같은 화생방전(화학전·세균전·방사능전)의 실험용 인간을 ‘마루타’라고 했는데, 마루타 공급조가 따로 있어 중국인과 조선 사람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납치하기가 일쑤였다. 인명 살상의 전쟁을 위해 생 사람을 실험용으로 쓴 잔인 무도한 사례는 일본 말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실험용 동물은 전쟁이 아닌 인류를 위해 희생된 것이지만, 그 수가 한 해에 5만 마리나 되는 것은 그도 생명체인 점에서 안쓰럽다. 생명의 고귀함을 기리기 위해 위령제를 가졌다는 것은 대견하다. 실험용 동물에 대한 그 같은 생명의 가치 평가는 한편 인명의 소중함을 더 한층 일깨워 준다. 생명의 신비스러움은 실로 경외감을 갖게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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