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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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1908~1953)는 한국문학의 풍운아다. 임화는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중앙위원회 서기장을 역임한 좌익문예활동가이자 ‘네거리의 순이’ ‘우리 오빠와 화로’ 같은 ‘단편 서사시’를 최초로 시도한 시인이다. 선구적인 리얼리즘론과 민족문학론을 개진해 1970, 80년대 민족문학론의 골간을 마련한 문학비평가로 ‘개설 신문학사’ 연재를 통해 유물사관(唯物史觀)에 입각한 문학사 연구의 깊이를 실증해 보인 문학사가이기도 하다.

임화는 특히 빼어난 외모로 ‘유랑’ 등 영화에도 주연배우로 출연한 바 있는 전방위적 예술가였다. 그러나 1947년 말 월북해 1953년 박헌영을 비롯한 남로당 계열이 숙청될 때 ‘미제의 스파이’로 몰려 사형 당했다. 그후 임화는 남에서나 북에서나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

그렇게 역사의 미아가 돼 한국문학사의 뒤안에 내팽겨쳐져 있다시피 한 임화가 되살아나고 있어 매우 반갑다. 우선 지난 2월 창립 10주년 자리에서 ‘임화문학상’ 제정 사실을 공표한 바 있는 소명출판(대표 박성모)이 임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염무웅)를 정식 출범시키고 내년 10월 제1회 시상을 목표로 활동에 들어갔다. 운영위원으론 신경림·구중서·임형택·도종환 씨 등이 참여했다.

임화가 시와 비평, 문학사, 문예운동에 두루 걸쳐 활동한 문인인 만큼 임화문학상 수상자 역시 전인적 활동을 보여준 문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8권으로 발간될 ‘임화문학예술전집’은 특히 기대된다. 전집은 ‘시’ ‘문학사’ ‘문학의 논리’ ‘문학평론 1’ ‘문학평론 2’ ‘산문 1’ ‘산문 2’ ‘연보, 색인, 화보’ 등으로 이루어진다.

월북문인 해금 직후인 1988년, 몇몇 출판사에서 전집 발간을 시도했었으나 ‘현해탄’ ‘문학의 논리’ ‘임화 신문학사’ 등의 간헐적인 출간이 있었을 뿐 임화의 글을 총망라한 전집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근대문학사 연구는 임화에게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풍부한 창조성과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임화에게서 퍼올릴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월북문인이라는 죄(?) 아닌 죄로 한동안 가려졌던 임화의 문학이 전체적으로 조명되는 게 기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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