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者有敵?

빨치산이던 외할아버지는 비전향 장기수로 있다가 자연사했다. 작은 외할아버진 5·18때 광주(光州)에서 진압군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탤런트 문근영씨(21) 외가의 시대적 비극이다.

문씨가 ‘기부천사’로 알려지자 이런 외가의 일을 들먹이는 악플이 나왔다. 심지어는 그의 기부행위는 “빨치산의 심리전”이라며 “좌파의 음모”로 규정하기도 했다. 정신나간 소리다. 문씨는 5·18 세대가 아니다. 빨치산 세대는 더욱 아니다. 친가도 아닌 외가의 전력을 외손녀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다.

또 “돈 몇 푼 쥐어주고 생색낸다”는 악플도 있다. 문씨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년간 기부한 금액이 무려 8억5천만원이다. ‘돈 몇 푼’이 아니다. 익명으로 기부했다. 본인은 철저히 당부한 익명을 들춰낸 것은 매스컴이다. ‘생색낸다’는 건 당치않다.

세상을 살다보면 별의별 일이 있긴 있다. 그렇긴 하지만 문씨의 경우 악플은 봉변이다. 본인의 좋은 뜻이 철저하게 왜곡당한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클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는 “제게 고통을 준 사람들을 용서는 하지만, 그들을 사랑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이 있고난 뒤의 일이다. 그는 7년동안 ‘악덕’의 누명을 뒤접어쓴 채 심신의 시달림을 받으면서, 꽃동네 시설은 시설대로 엉망이 되는 고통을 인내해야 했던 것이다. 발단은 꽃동네 인근에 난 광산 허가를 반대한 것이 모함을 산 화근이 됐었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고 했다. ‘인자불우’(仁者不憂)란 말도 있다. 어진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므로 적대시하는 사람이 없고, 어진 사람은 마음에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또 틀린 말은 아니어도 말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인 것 같다. 오웅진 신부가 그렇고, 문근영씨의 경우가 그러하다. 좋은 일을 하면서 좋은 소릴 못듣는 이들은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은 어진이들이 있으므로 하여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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