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7일 대선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바마와 매케인, 두 사람은 시카고에 있는 오바마 정권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공동성명을 내어 “미국인들은 두 지도자가 현 시기의 긴급한 도전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워싱턴의 ‘나쁜 관행’을 바꾸는 데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데 동의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2주가 채 안돼 경쟁 상대와 만나 화해·협력을 다짐하고 공동성명까지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매케인 의원은 회동에 앞서 오바마 정부를 도울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보다 사흘 앞서 힐러리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직 수락을 제안하고 힐러리는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국무장관’이 유력해진 가운데 오바마 정권 인수위는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8년 설립한 자선 재단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의 재정과 퇴직 뒤 활동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힐러리가 국무장관을 맡게 될 경우 클린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것이다. 힐러리의 ‘마지막 관문‘은 남편이 된 셈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오바마의 경험 부족을 비판했던 힐러리 의원의 최대 강점은 퍼스트레이디로, 또 상원 군사위 활동을 통해 쌓은 인맥과 외교·군사 분야의 경험이다. 힐러리는 북핵문제를 두고서 6자 회담의 틀의 유용성을 지지하면서 북한과의 직접 대화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엔 반대한다. 오바마도 신중한 준비 과정을 거친 정상회담 쪽으로 후퇴한 상태다.
차기 미국대통령 오바마가 최대 라이벌이었던 매케인과 힐러리를 동지적인 관계로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은 ‘맞수 끌어안기(Team of Rivals)’ 덕분이다. 지난날 우리나라 대통령 당선자들이 취임 전 보였던 졸렬한 행보와는 전혀 다르다. 대통령 경선자, 경쟁자를 무슨 철천지 원수처럼 대하던 한국 대통령들이 ‘맞수 끌어안기’를 흉내라도 냈었다면 오늘날 정치판이 이렇게 타락하진 않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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