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소비세 증세와 함께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는 ‘양극화 시정 세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朝日) 신문이 보도했다. 단일 세율(현 5%)인 소비세를 올리면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고소득자 과세 강화로 이를 완화하려는 계산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연 과세 소득 1천800만엔 이상인 고소득층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부유층에 대한 증세전략으로 평가된다.
자민당은 대표적 ‘부유층 세금’인 상속세도 과세 최저한도인하나 최고세율 상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자민당은 대신 기업지원을 위해 법인세는 낮추는 방안을 수립 중이다. 일본은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기업이 부담하는 조세 비율이 외국보다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를 경감해주기 위한 조세특례조치법 도입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경기 회복 대책으로 국민에게 일률 지급키로 한 총 2조엔 규모의 생활지원정액급부금의 1인당 지급액을 1만2천엔으로 잠정 확정했다. 18세 이하와 65세 이상에겐 8천엔을 추가로 지급한다. 하지만 고소득자에게도 지급할지 여부는 지방자치단체 판단에 맡기고 제한할 경우 연소득 1천800만엔을 하한으로 삼도록 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부유층 소득세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6개 소득등급 중 상위 2개 등급의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특히 현재 35%인 최고세율을 39.6%로 대폭 상향조정한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아울러 상속세 완화방침도 백지화하는 한편, 저소득층 소득공제 항목을 신설하고 연 소득 5만달러 이하 고령자에 대해선 소득세를 완전 면제해 준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이같은 부유층 증세기류는 우리나라의 감세 정책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특히 소득세, 상속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유층 관련 세금을 대폭 깎기로 하고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우리 정부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긴 하지만, 아무튼 대한민국은 땅 많고 집 많은 부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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