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칠면조 정치인’ 10인을 발표했다. 칠면조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추수감사절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바보나 실패작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칠면조 정치인 10인 중 10위에는 올해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조기 탈락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뽑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경선 초반 열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플로리다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는 전략을 썼으나 정작 플로리다에서도 득표율이 15%에 불과했다.
9위에는 하원의원 선거운동 자금으로 선거운동본부의 직원인 내연녀에게 입막음을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난 팀 마호니 의원이 뽑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8위에 이름이 올랐다. 오바마는 올해 6월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모임에서 연설하면서 연단에 미국 대통령 문장(紋章)과 흡사한 로고를 붙여 김칫국을 너무 일찍 마셨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7위는 엘리자베스 돌 상원의원이 뽑혔다. 돌 의원은 선거전에서 경쟁상대이며 주일학교 선생인 민주당의 케이 헤이건 후보가 무신론자 단체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고 있다는 비난광고를 TV에 내보냈다. 선거는 돌 의원의 패배로 끝났다. 최장수 상원의원인 알래스카의 테드 스티븐스(공화) 의원은 독직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재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5위는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 막대한 돈을 흥청망청 쓴 기업인들이 뽑혔다. 3대 자동차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과 보험사 AIG의 경영진들이다. 4위는 험악한 내용의 설교로 오바마 후보로부터 ‘결별’ 선언을 받은 제레미아라이트 목사가 뽑혔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금융위기의 와중에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는 뜬금 없는 발언으로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2위는 혼외정사 사실이 드러난 존 에드워즈 전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차지했다. 1위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부패 추방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검사 출신인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다. 그는 고급 콜걸과의 성매매 파문으로 주지사직에 불명예 퇴진했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한국 방송국에서도 ‘칠면조 정치인’을 뽑는다면 너무 많아 선정에 어려울 게 틀림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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