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실은 190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장인 아이날 호벨이 결핵 아동들을 돕기 위해 창안한 이래 100년 넘게 세계 각국의 결핵단체가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32년 캐나다 선교사인 셔우드 홀이 도입했고, 대한결핵협회가 1953년부터 크리스마스 실을 제작·판매해 왔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 수익금은 지난해 결핵협회 전체 예산 250억원 중 62억원(24.8%)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인터넷 세대’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수십 년째 달라진 것이 없는 제작과 판매 방식 때문에 갈수록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03년 65억원이었던 모금액이 매년 5천만~1억원씩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62억2천만원으로 줄었다. 판매량에 한계를 느낀 결핵협회는 최근 3년간 매년 66억원을 유지해 왔던 모금 목표액을 올해는 아예 60억원으로 낮췄다.
크리스마스 실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층의 외면이 결정적이다. 결핵협회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실 판매량의 약 60%를 초·중·고교학생들에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학생들은 우편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대신 이메일을 이용한 ‘e카드’에 익숙한 세대다.
학생들은 “취지는 좋지만 예쁘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크리스마스 실을 사려는 아이들이 드물다. 우리 반에선 지각한 애들과 쓰레기 버리다 적발된 아이들이 반강제로 실을 산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결핵예방교육과 결핵퇴치기금 조성을 위해 연말에 판매되는 크리스마스 실이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은 학교·관공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방법을 답습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크리스마스 실도 잘 만들면 많이 팔린다. 일례로 2004년 정한경 일러스트레이터가 디자인한 ‘세계 민속의상’은 모자랄 정도로 인기였는데 크리스마스 실은 학생들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더구나 벌 받는 학생들에게 강매하는 건 크리스마스 실의 참뜻을 모욕하는 일이다.
어른이 된 옛날의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실을 구입하기도 어렵다.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를 넣은 봉투에 크리스마스 실을 붙이던 옛날이 그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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