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사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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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그렇게 불법 다단계 업체의 사기에 놀아나는 지 답답하다. 불법 다단계의 사기성을 언론에서 계속 보도하는 데도 피해자가 속출한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금광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면서 ‘두 달 내에 투자금의 120%를 지급하겠다’는 턱도 없는 약속을 믿었다니 안타깝다. 다단계 사기범은 3천100명에게서 무려 178억원이나 받아 챙겼다. 그러나 가나에 투자한 돈은 10%에 불과했다. 사기범이 가나 족장, 가나의 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믿고 투자했다니 어처구니 없다.

인터넷TV(IPTV) 셋톱박스 사업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한 다단계업체는 6개월 만에 투자 원금에 30~5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장담했다. 불법다단계판매로 적발됐던 사람들이 내세운 이것도 당치 않은 얘기다. 6개월 만에 무슨 수로 투자 원금의 30~50% 수익을 올리겠는가. 무려 6천600여명이 4천7억원을 투자했다가 몽땅 날렸다.

과거엔 생필품이나 화장품· 건강식품 등이 다단계의 주요 상품이었지만 지금은 수법이 바뀌었다. 대부분이 6개월 안으로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주로 정보통신·해외자원 개발 등을 미끼로 삼는다. 다단계 업체를 위해 회원 관리 전산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공급·관리해주는 전산업체와 프리랜서도 등장했다. 수법이 지능적으로 교묘해졌다.

검찰은 현재 700여 개의 불법 다단계 업체가 휴·폐업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다단계 업체들은 수사 기관에 적발돼 처벌을 받으면 회사 이름을 바꾸는 수법을 쓴다. 계열사를 설립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재개하기도 한다. 현재 95개 업체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 피해액이 클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아니면 유사수신행위 방조 혐의 적용이 고작이다. 불법 다단계는 투자 아이템이 무엇이든 3~6개월이면 자금이 고갈되게 마련이다. 최초 투자자에겐 무리를 해서라도 수익금을 제대로 주며 환심을 사지만 나중 투자자에겐 수당이나 배당금을 줄 수 없게 된다. 불법 다단계에 속아 11만명이 1조원의 피해를 봤다고 한다. 불법 다단계사업 처벌법이 물러 터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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