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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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조(國鳥) 지정 대상으로 회자되는 학(鶴)은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로 알려져 있다. 천년을 장수하는 영물로 인식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만난다. 학은 예로부터 선비나 문신의 복식에 자주 등장했다. 조선시대 때 학자들이 평상시에 입던 학창의(學?衣)는 학의 모습을 본떠 만든 옷이다. 흰 바탕의 창의에 깃·소맷부리·도련의 둘레를 검은색으로 둘러 학과 같이 깨끗하고 기품있는 선비의 기상이 돋보이도록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문무관의 관복에 흉배를 부착하였는데 문관은 학을, 무관은 호랑이를 각각 품계에 따라 다르게 붙였다. 학은 고고한 학자를 상징하여 문관이, 호랑이는 용맹을 상징하여 무관이 사용했다. 학문을 숭상하는 문인을 학으로 비유하는 상징적인 표현이 관직의 품계를 나타내는 의관제도로 정착돼, 학을 수 놓은 흉배를 다는 문관을 일명 학반(鶴班)이라고도 하였다.

학과 관련된 속담도 많다. 학이 장수한다는 데서 연유하여 생겨난 ‘학발동안’이란 말이 있다. 머리가 학의 깃처럼 하얀 백발이나 얼굴은 붉고 윤기가 돌아 아이들 같다는 뜻이다. 전설 속의 신선을 형용하는 말로 사용된다. 학이 오래 사는 것에 비유하여 장수하는 것을 학수(鶴壽)를 누린다고 한다.

‘학수고대’란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늘이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일컬을 때 쓰인다. ‘학고(鶴孤)’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을 말하고, ‘학립계군(鶴立鷄群)’은 여러 사람 중에서 뛰어난 인물을 의미한다. 학을 선비로 상징한 ‘학명지사(鶴鳴志士)’는 몸을 닦고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을 말하며, ‘학명지탄(鶴鳴之歎)’은 선비가 은거하여 도를 이루지 못함을 탄식하는 것을 뜻한다.

학은 시베리아의 아무르·우수리지방, 만주 동북부 및 일본 북해도 동부의 구시로 등지에서 번식하여 번식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거나 남하한다. 우리나라엔 10월 하순경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환경 오염 등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2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 학을 국조로 지정해도 반대하거나 거부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해충을 없애는 익조(益鳥)라 하여 국조 대접을 극진히 받던 까치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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