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특별세’를 폐지하려는 기획재정부의 속셈은 난감하다. 농특세는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 상정에서 제외돼 가까스로 폐지위기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기재부가 또다시 폐지시도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 세제실 고위간부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주요 당직자를 방문, 내년 1월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농특세 폐지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체 재원 확보 방안도 없이 도대체 농촌을 왜 더 살기 힘들게 만드려는지 이상하다.
농특세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직후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 농어민 후생복지사업 등을 위한 15조원의 재원 조달을 위해 10년 시한으로 1994년 7월 도입됐다. 재원 목표 15조원은 UR로 인해 10년간 농가피해 예상액을 참고해 산출됐다.
당시 재정경제부는 농특세를 탐탁치 않게 여겨 4년 후인 1998년 농특세 폐지를 추진했으나 관계부처 이견으로 무산됐고 200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하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시장의 추가개방으로 인해 2003년 12월 여야 합의로 되레 과세시한을 2014년 6월 말까지 10년간 연장시켰다. 이때도 예산당국의 반발이 거셌다. 재산운용의 탄력성을 꾀하는 예산부처 입장에서 전용(轉用)이 불가능한 목적세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농특세가 폐지될 경우 농촌이 더더욱 살기 어려워질 건 보나마나다. 정부는 농특세를 없애는 대신 일반회계에서 관련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우선 순위가 낮은 농어촌 관련 예산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회계에서 농특세 대체재원의 안정적인 확보가 불확실하다.
문제는 농특세로 걷는 재원만큼 일반예산을 농어촌지원사업에 투입하겠다면 굳이 농특세를 폐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만일 농특세가 사라지면 정부의 농어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크게 위축된다.
농특세는 2014년까지 유지하기로 이미 사회적 합의가 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농특세 폐지 추진을 중단해야 된다. 야당은 농특세 폐지를 반대하지만 한나라당이 또 강제로 밀어붙일 우려가 크다. 정부와 여당은 농어촌을 자꾸 괴롭히지 말라.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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