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아서도 마시고 나빠서도 마시는 게 술이다. 일상의 마실거리이기도 하다. 그럼, 술의 소비량이 늘어가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러시아에서 보는 흥미로운 것은 정부가 술을 권장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소주가 보편화된 술이라면 러시아의 대표 술은 보드카다. 독주다. 보드카 소비 1% 증가가 0.25% 포인트의 사망률을 높인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 광고에도 금했던 보드카 소비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러시아 정부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금융불안이 막심하다. 이 때문에 국민사회의 술 소비가 줄어 주류산업의 타격이 심한 모양이다.
구 소련 공산당은 1958년부터 1985년까지 27년 동안 ‘음주와의 전쟁’을 벌였다. 보드카 생산량을 줄이기도 했지만 밀주가 성행, 소비량은 해마다 늘기만 했다. 소련이 와해되고 러시아로 복귀되고도 절주운동은 계속됐으나 보드카 소비량은 여전히 늘었다.
이런 절주운동에도 효과가 없었던 보드카 소비가 경제위기를 맞아 이젠 정부가 되레 권장할만큼 절로 감소된 것을 보면, 러시아 국민이 겪는 경제난이 얼마나 심한지 직잠이 간다. 문제는 세금과 재고다. 러시아 정부의 술 소비 권장이 가계 지출에서 제일 먼저 절감 대상으로 삼는 국민사회의 호응을 얼마나 얻어, 주류세가 36%나 줄고 지난해에 비해 6배나 넘치는 재고량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그런데 국내 소주값이 또 오른다. ‘참이슬’의 출고 가격이 1년7개월만에 5.9% 인상돼 360㎖짜리 한 병에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는 950원, 일반 소매점에서는 1천200원을 줘야 산다. ‘처음처럼’도 곧 인상될 전망이다. “주정가격 등 생산비가 올랐기 때문이다”란 게 업계의 이유이지만 올려도 잘 팔리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술값은 가계지출에 영향을 크게 안받는 국내 사정이 러시아보단 경제가 더 낫다고 봐야 할 지, 진로와 두산 등 주류업계는 불황에도 호황인 것 같다. 올 한 해 동안의 술 소비량 통계는 내년 초나 발표될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느는 관행으로 보아 올 소비량도 늘었을 것이 거의 틀림이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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