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보수비

개선장군들 같았다. 의기양양했다. 서로 마주보며 희희낙락했다. 언론에 보도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이다. 지난 5일 같은 날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연석회의는 패자의 초상집 같아 보였다. 이것이 국회에서 82개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172개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번 임시국회는 사실상 끝났다. 난장판 속에 끝났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8일까진 직권상정 않겠다”고 한 8일이 곧 임시국회가 폐회되는 날이다. 정부 여당이 추진한 100여 안건은 단 1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임시국회가 또 언제 열릴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다수당이 소수당에 이처럼 완전히 굴복한 예는 일찍이 60년 의정사상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생각해볼 게 있다. 전례가 없었던 예는 그렇다쳐도, 국회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과연 면책될 일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본회의 발언에 국한한다. 의사당을 때려부셔도 되는 면책 특권까지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이 아닌 괴한도 가담했다. 기물손괴 혐의 등 형사적 문책 죄목은 많다. 하지만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꼭 해야할 건 있다. 변상해내야 된다. 의사당을 해머로 부수고, 전기톱으로 썰고 집기 등을 들어 때려부수고 한데 대한 피해변상은 반드시 받아내야 된다. 그들이 자기네 집일 것 같으면 그토록 부수진 않았을 것이다. 부셔도 자기네 호주머니돈 드는 게 아니란 생각이 앞섰기 때문에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마구 부셨을 것이다.

국회 사무처가 보수하고 수선하고 새로 사들인 데 들어간 돈이 모두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가 됐던 부순 사람들을 대표하는 민주당에 그 돈을 물어내도록 해야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고쳤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회의원이 의사당을 때려부순데까지 돈 쓰라고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남편의 유지 따라 12억원대 땅을 사회에 내놓은 엄순녀씨(81)의 기부는 정초를 훈훈하게 한 소식이었다. 국민중엔 이런 분도 있는데, 놀고 먹다 못해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사당을 때려부수고도 의기양양하는 그들이다. 말로 안 되면 재판을 해서라도 돈을 받아내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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