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한 사람이 저자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대왕께서는 믿겠습니까?” “안 믿지요.” “두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시겠습니까?” “한번쯤 의심은 해보겠지요.” “그럼,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세 사람이 그렇다고 하면 과인도 믿게 되겠죠.”
위(魏)나라 혜왕과 신하 방총의 문답이다. 방총은 조(趙)나라 수도 한단에 볼모로 가있는 태자를 데려오기 위해 먼 길을 떠나면서 혜왕에게 그렇게 물은 덴 연유가 있다. “필시, 소신이 조정에 없는 사이에 신을 참소하는 소인배들이 어찌 한 둘이겠습니까? 세 사람도 넘을 것이니 통찰해 주소서”라고 간청했다. 혜왕은 이에 “잘 알겠으니, 걱정말고 다녀오시오”하며 안심시켰다.
한(漢)나라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고사다. 혜왕은 그러나 나중에 방총에 대한 참소를 곧이듣고 한단에서 돌아온 그를 끝내 만나주지 않았다.
인터넷을 두고 표현의 자유을 말한다. 근래엔 미네르바 소동이 있었다. 이런 정보 검색을 가리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로 비약한다. 허황된 표현이 보호받을 자유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익명성에 숨어 멋대로 지껄이는 소리가 민주주의의 요체인 다양한 목소리인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좀먹는 무책임한 선전선동의 규제를 민주주의의 위기로 왜곡하는 선동 역시 진실이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광우병 주술에 말려들어 나갔다”는 것은 서울광장의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었던 한 참석자의 말이다.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의 신전이 있던 아크로폴리스 언덕밑의 넓은 광장으로 시민들이 절로 모여 토론 등을 벌이는 집회의 장소였다. 투표 또한 아고라 광장에서 있었는 데 그땐 종이가 귀했으므로 조개껍질 등에 이름을 새겼다. 그런데 후세에 아고라 광장을 발굴하면서 발견된 것이 동일 필적의 조개껍질이 무더기로 나온 패총이다. 대리 투표 등의 부정이 자행됐던 것이다. 민주정치의 요람이 중우정치로 전락된 게 아고라 광장이다.
자유에 책임을 수반하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이다. 책임을 내팽게친 자유는 방종이다. 방종은 남의 자유를 침해한다. ‘삼인성호’의 중우정치를 일삼는 인터넷의 방종이 이 사회를 교란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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