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하고 싶다. / 수천년 세월을 /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우리는 / 땀 흘려 일하고 싶다. // 밝아오는 새벽녘 / 주인과 함께 논밭으로 나가 / 쟁기를 힘차게 끌고 싶다. // 우리가 끌고 가는 / 쟁기 지나간 자리에 돋아나는 / 흙의 새 힘, / 주인이 심은 씨앗들은 / 행복을 잉태한다. // 우리의 일터 / 논밭을 돌려다오. / 거름냄새 향기로운 흙이 그립다. / 한가로운 일상이 / 우리는 슬프다. // 이른 아침 외양간을 나와 / 주인을 도와 일하고 / 해질녘 다시 외양간으로 돌아와 / 여물을 배불리 먹고 싶다. / 휴식을 즐기고 싶다. // 인간을 위하여 일해온 / 우리의 노동은 신성했다. / 다시 일터를 다오. / 우리는 일하고 싶다.” -詩 ‘牛公’
통계청이 지난해 경지면적이 2007년보다 1.3%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논면적이 2.2%가 줄어 지난 10년 이래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우리 농업과 식량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농업진흥지역 6만5천㏊를 해지했다. 오는 7월엔 산업용지 공급을 위해 농지를 매입·수용하는 토지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정말 큰일이다. 농지거래 활성화와 재산권 보호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우리의 식량자급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우리 식량안보의 절대적인 부분을 쌀이 떠받치고 있어 논면적의 급격한 감소는 너무 불안하다. 중·단립종 국제 쌀값 급등과 미국의 벼 재배면적 감소, 호주의 가뭄, 중국의 쌀 수출관세 부과 등 쌀 교역여건도 불투명하다. 국제 곡물부족과 곡물가 불안 또한 상당기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가 외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 육성과 농지감소는 대표적인 엇박자다. 농지를 저탄소 녹색성장산업에 활용할 것인지 공장부지 등 산업용지로 쓸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식량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논을 비롯한 경지면적의 급감은 환경·생태계 파괴면에서도 심각한 국가 문제다.
‘우공’은 농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詩다. “우리의 일터 논밭을 돌려다오. 거름냄새 향기로운 흙이 그립다”고 소망한다. ‘소의 해’인 올해, 정부가 우공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