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유대인

오바마 미국 신임 대통령의 첫 출근 시각은 21일 오전 8시35분이다. 첫 집무를 가자지구 재건 문제로 대통령 직무를 개시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 및 지상군 포격으로 폐허가 된 게 가자지구다. 수백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제사회의 철군 여론에도 막무가내던 이스라엘이 자진해 일방적 휴전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일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이다.

즉 이스라엘의 휴전은 오바마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첫 흑인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애정 표현인 것이다. 오바마 취임에 맞춰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연일 “위대한 새 지도자” 등으로 미국판 용비어천가를 읊어댄 것도 그 자신이 유대 민족이기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홍보위원회’(AIPAO)란 것이 있다. 미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대인 단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 미국 하원이 자위권 행사로 보는 지지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 이들의 로비에 의한 것이다. 지난 8일 이스라엘 관련의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당시의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돌연 기권했던 것도 AIPAO의 작용이었다.

미국내 유대인들은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 만만찮은 실세로 포진,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아랍권에서 큰 소리치고 있는 연유가 순전히 그 같은 미국의 뒷배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민의 유대인들은 오바마에 대한 로비 또한 다방면으로 치열하다.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가이트너 재무장부 장관 등은 오바마 측근의 유대인이다. 유대(Judea)는 기원전 10~6세기경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방에 세웠던 유대민족의 왕국이다. 왕국이 망한 뒤 전 세계에 흩어져 살다가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 중동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오바마의 첫 집무가 가자지구 재건 문제인 것은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 여부를 가름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유대인들의 조직적인 압력성 로비를 받고 있는 그가 이스라엘을 제쳐두고 하마스와의 접촉 고려를 과연 시도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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