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이나 환청에 사로잡혀 현실감각이 없고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는 정신병이 사이코시스다. 흔히 ‘미쳤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사이코는 생각이 지리멸렬하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 근거 없이 누가, 또는 정보기관이 ‘나를 감시한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가족의 죽음, 집안의 경사 등의 상황에서도 감정 표현이 없다. 어느 순간부터 뇌 기능이 고장나 병든 탓이다. 하지만 약물로 뇌 기능을 고쳐주면 생각과 행동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사이코 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완전범죄를 계획할 정도로 생각이 논리적이다. 선과 악을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알고 분명한 현실감을 갖고 있다.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정상인’이다.
사이코패스는 극단적으로 이기주의적이며 ‘양심이 결여된 고장난 인격’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뇌에 대한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은 충동조절과 사고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대사작용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지루함이나 따분함을 느끼는 ‘낮은 각성(low arousal)’ 상태로 인해 극단적 자극과 쾌락을 좇고 위험한 일을 즐기는 경향도 있다.
사이코패스에겐 의리나 양심이 없다. 남의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죄의식이 없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다. 물론 반성도 안 한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는 일엔 열심 이어서 범행은 뒤탈이 없도록 주도 면밀한 계획하에 실행한다.
문제는 사이코패스와 대화하고 어울려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교육을 못 받은 사이코패스는 쉽게 화내고 공격적으로 돌변하지만, 지능적인 사이코패스는 목적 달성을 위해 이성적으로 활동할 줄도 안다. 그래서 주변의 신임을 잘 얻는다. 말주변이 좋을 경우 능숙하게 남을 속인다.
칼 든 흉악범의 모습보다 ‘양복 입은 독사’의 모습으로 더 많이 존재한다. 일곱 명의 여성을 연쇄살인한 강호순이 대표적인 사이코패스다. 제2, 제3의 사이코패스가 없을리 없다. 여성들이여, 조심하시라.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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