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 저는 성당에 나가는 카톨릭 신자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자꾸 눈물이 납니다. 엊그제 저녁 7시10분경입니다. TV에서 추기경님 생애가 방송됐습니다. 중간에서 시청한 저는 갑자기 웬일인가 싶다가 선종하신 것을 알았습니다. 가슴속 명치가 뜨겁게 치솟더니 눈물 방울이 뚝 떨어졌습니다.
님의 생전에 직접 뵌적도, 강론 한번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저 먼 발치에서 우리 사회의 큰 어른 한 분이 계신다고만 여겨왔습니다. 그랬는데 왜 이토록 슬픈 마음이 들까요. 님이 떠나시고 나서 나도 모르게 의지했던 마음속 그 자리가 얼마나 컸던가를 비로소 알았기 때문입니다. 마냥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뚫린 것만 같아 허전합니다.
저만이 아닙니다. 많은 민초들이 슬퍼합니다. 종교계는 종교를 초월해 한결같이 애도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안타까워 합니다. 님이 말없이 누워 계신 명동성당에 조문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생전에 사회통합의 구심점이 되어 몸소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우린 그 같은 정신적 지도자를 잃었습니다. 독재 권력에도, 총칼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고 약자편에 서주신 담대한 그 많은 일화가 이제 전설처럼 남게 됐습니다.
돌아보면 실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님의 생전엔 미처 다 알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깨닫는 저의 미거함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어려운 투병 중에도 인공호흡기를 마다 하신 것은 자연주의적 인명 가치의 존중으로 믿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섭리니까요. 불우한 이를 위해 빛을 남기신 것은 평소 실천해온 박애정신으로 압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도 우리에게 ‘사랑’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사랑하라”는 말씀은 어려운 이 시대에 더 할수 없는 처방입니다. 하실 일, 들려주셔야 할 말씀은 아직도 많은 때에 가시면서 남기신 그 한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이제 더는 눈물만 흘리진 않겠습니다. 님은 가셨어도 여전히 우리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이십니다. 뜻을 실천하는 도덕적 용기를 갖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삼가 저희들을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