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선종(善終)하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오늘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장례미사를 마치고 귀천(歸天)하신다. 장례미사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하느님 앞에서 영원한 삶을 시작하는 부활을 상징하기 때문에 장례 절차 중 가장 엄숙하다.
추기경이라는 지위에 계시면서 끊임 없이 하느님과의 합일(合一)을 갈구한 소박한 신앙인이어서 더욱 가슴이 뜨거워진다. 장례미사는 추기경님이 와병 중에도 장례식을 간소하게 치르도록 누누이 당부해 일반 신자의 장례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된다.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를 한 몸으로 실천하셨던 추기경님에 대한 사회적인 존경심은 밤낮 없는 조문 행렬에서도 재확인됐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원로로 자리잡고 계셨던 추기경님에 대한 애도의 물결은 반목과 질시로 나뉘었던 여야·진보·종교간 벽도 허물었다. 전·현직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 문인들도 추기경님의 말씀과 인연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정의를 위해 기여하신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세계인들이 명복을 빌었다.
거듭 돌아보건대 김수환 추기경님은 진정 그 존재만으로도 빛을 뿌리는 분이셨다.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셨다.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로 교회 안에서만 머물지 않으시고 고통받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해 오셨다. “사랑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두 눈을 기증하시고 87세로 영면하신 추기경님은 평생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성직자였다.
말 못하는 갓난 아이의 인권문제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셨다. 갓난 아이들이 해외에 입양되는 것을 마음 아파 하시면서 국내 입양기관을 만드셨다. 갈 곳 없는 에이즈 환자를 위해 국내 처음으로 에이즈센터를 세우셨다. 힘 없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항상 마음을 쓰셨다.
이제 김수환 추기경님은 명당성당을 뒤로 하신 채 오늘 오후 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되신다. 우리 곁을 떠나신다. 그러나 영혼은 다시 돌아 오신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 인간들도 영원한 삶을 누리도록 인도하시기 위해 다시 오신다. 부활하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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