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 실업 증가, 내수 침체, 경기 침체 장기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8일 “전 세계 산업생산은 올해 중반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감소할 수 있고, 세계 경제는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고, 교역량도 80년 만에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할 것이다” 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여 국제적인 공조보다는 보호주의로 선회하고 있다. 제일 먼저 미국이 경기부양책 관련 법안에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추가하여, 경기 부양을 위한 공공 사업에 미국산 철강 제품 구입을 의무화했다. 이 후, 중국의 ‘10대 산업 선정 지원’, EU의 ‘유제품에 대한 수출 보조금’, 러시아의 ‘철강·자동차 수입관세 인상’ 등의 보호주의의 모습을 감춘 교묘한 보호주의 정책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14일에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영국의 웨스트 서섹스주에서 경기부양 공조와 보호주의 배격의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이번 회의는 4월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될 예정인 G20 정상회담의 사전조율을 위한 것으로, 공식성명서에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재정지출 확대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명시하였다. 하지만 공동성명서의 내용에 모호한 부분이 많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작년 말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대부분 언급됐던 원칙적 내용뿐이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빠져있다.
한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 등 소위 아시아 4용(龍)은 수출급감, 내수침체, 주가급락의 3중고(重苦)를 겪고 있다. 2007년 기준 한국의 수출 비중은 GDP대비 40% 이하로 아시아 4용 중 가장 낮다. 하지만, 이는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37%보다도 높은 수치이며, 한국의 2007년 무역의존도(GDP대비 수출+수입 비중)는 75% 였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들은 ‘고(高)환율’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덜 받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보다 선전(善戰)하는 ‘환율 착시 현상’이다. 2009년 2월 말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 자동차시장점유율이 7.1%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도 환율 덕이 컸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한 증권정보업체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작년 4분기보다 약 76.2%가 줄어든 약 5조5천583억원으로 전망됐다. 현대자동차조차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이 약 20%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44% 순이익은 80%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수입 규제 건수가 1% 증가하면, 한국 수출은 0.2%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중 은행수신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예금은 8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고환율’이 사라진 이후의 수출의 감소에 대비한 내수침체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부동산 가치 급락, 지체되는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보다 금융기관 지원에 집중되는 공공지출 등 제반 정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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