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귀국

1814년 나폴레옹의 몰락, 루이 18세의 집권으로 해외로 망명했던 프랑스 귀족들이 속속 귀국했다. 이들은 1789년 7월 부르봉 왕조의 절대 권력에 항거한 프랑스 시민혁명이 일어나자 해외로 도피했던 것이다. 무려 25년 동안 갖은 고초를 겪다가 귀국한 귀족들은 그러나 여전히 봉건시대의 옛 영광에 도취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같은 귀족들을 가리켜 프랑스 외교관 탈레이랑 페리고르가 한 유명한 말이 ‘그들은 아무 것도 깨닫지 않았고, 아무 것도 잊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새 봄과 함께 정치권도 ‘춘래불사춘’의 봄이 왔는지, 해외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로 설왕설래 한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이어 총선에서 떨어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나라당 역시 총선에서 떨어진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이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2일 이미 들어왔고, 이 전 최고위원은 오는 주말에 들어올 예정이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이들의 귀국에 긴장하는 이유는 당내 역학 구도의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당내 실세 중 실세다. 그의 귀국이 친박 세력의 융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 비이(非李) 비박(非朴) 계열의 관측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의 귀국에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자신의 고향인 국회의원 전주 덕진선거구 공천을 당연시하고 있어 당내에 파란이 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나서 “당이 쪼개지면 안 된다”며 정 전 장관을 엄호하고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전 같지 않다.

그런데 이들의 말이 가관이다. 민주당은 정 전 장관의 재·보선 출마가 싫다며 재고를 바라는데 본인은 “당에 힘을 보탠다”고 딴전을 피운다. 이 전 최고 위원은 “꽃이 피기전에 만나자”며 꽃타령을 한다. 당에 꽃이 피기는 커녕 아직도 한겨울인데 엉뚱한 소릴 한다. 이 전 최고위원이나 정 전 장관이나 돌아오긴 해도 다 마찬가지다. ‘그들은 아무 것도 깨닫지 않았고, 아무 것도 잊지 않았다’는 옛말 그대로 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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