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받은 ‘엘레지의 여왕’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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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지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이미자씨는 400여곡의 히트곡을 냈다. 올해로 데뷔 50년을 맞은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2천100여곡의 노래가 담긴 음반 600여장을 발표했다. 1990년 기네스북(2천70곡)에 이름이 올랐다.

열아홉 살이던 1959년 내놓은 ‘열아홉 순정’(나화랑 작곡)으로 시작된 히트 릴레이는 1964년 만삭의 몸으로 녹음한 ‘동백아가씨’(백영호 작곡)의 빅히트(전국 판매 100만장)로 이어졌다. 1960년대 중반 이후엔 지구레코드사와 손을 잡고, 작곡가 박춘석을 만나면서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아빠’ ‘그리움은 가슴마다’ ‘흑산도아가씨’ ‘황혼의 블루스’ 등으로 절정을 이뤘다.

1960년 말 발표된 백영호 작곡의 ‘여자의 일생’ ‘서울이여 안녕’ 등도 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심금을 울린 히트곡으로 자리 잡았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등 대표곡들이 1965년 이후 금지곡이 되면서 고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1987년에 이르러 해금조치 됐고, 1989년엔 국내 대중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히트곡들을 불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금지된 노래인줄도 모르고 이미자씨를 청와대로 초청, ‘동백아가씨’를 청해 듣곤 했다.

‘이미자 전성기’ 때 일본 쪽에서 “사후에 성대를 영구보존해 해부학적으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었는데 최근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가 “이미자씨 목소리의 비밀은 폐활량이 일반인보다 2.5배 큰 데 있는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밝혔다. 저음과 고음 양쪽 모두에서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폐활량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저음의 목젖 떨림과 중음의 혀 떨림이 자유자재이며 굽이굽이 애절하게 넘어가는 리듬과 템포를 50년째 유지한다는 것은 다른 가수들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데뷔 50주년 기념 음반을 내고 4월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도시에서 기념 콘서트를 여는 이미자씨가 어제 청와대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가 노래한 것은 대중가요지만 그 절절한 노래들은 이 땅에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며 영원한 클래식으로 살아 있다. ‘엘레지의 여왕’의 변함 없는 건강을 축원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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