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 대표팀 감독은 별로 달갑지 않은 자리다.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처럼 팀을 장기간 맡으며 높은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1회용 ‘반짝감독’인 것이 야구 국가 대표팀 감독이다. 게다가 잘못하면 구설수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 국가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은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팀을 맡는다”며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가 후일담에서 “우승을 못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뭣을 잘못했다는 것인진 알 순 없다. 짐작하자면 두 가지다. 하나는 선발투수 봉중근 선수를 더 일찍 바꾸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봉중근 선수의 역투는 구위가 떨어지면서 일본 선수들에게 집중 안타를 허용했다.
또 하나는 연장전에 들어간 10회초 일본 선수들이 2사에서 공격할 때다. 김인식 감독은 일본의 강타자 이치로 선수를 볼 넷으로 걸러 내보내도록 구원투수 임창용 선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때 1루는 비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포수 강민호 선수는 감독의 사인을 알았는데, 정작 투수인 임창용 선수는 사인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임창용 선수의 정면 대결이 이치로 선수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우승의 염원이 좌절됐다. 김인식 감독은 이의 사인이 제대로 안 먹 힌 데에 자책감을 갖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저런 아쉬운 상황은 결과론이다. 경기를 하면서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감독이나 선수는 없다. 놀라운 것은 김인식 감독의 자세다. 웬만하면 선수를 탓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외경심을 갖게 한다. 스포츠에서 ‘자신이 잘못해서 졌다’는 감독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
한데, 김인식 감독은 또 놀라운 말을 했다. “나라가 없으면 야구도 없다”고 한 것은 가히 금언이다. 그는 대표팀 감독직 수락의 소회를 귀국해서 이렇게 술회했다. 김인식 감독의 말을 정치인들에게 비유해 이런 말로 들려주고 싶다. “나라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라고.
스포츠 스타들은 국위를 떨치며 국민을 즐겁게 해준다. 이에 비해 정치인들은 국위를 손상시키며 국민을 역겹게 한다. 스포츠 스타가 많은 것은 국민의 행복인 반면에 정치 스타가 없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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