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잘 안 나오고 가늘면 일단 한번 의심을…
수원에 소재한 A기업에 다니는 박모 과장(43)은 화장실 가는 것이 두렵다. 회의, 모임 자리에서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려 부끄럽고 눈치도 보이지만 막상 소변을 볼 때면 소변 줄기가 시원치 않고 가늘고 약해 속상하다.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고 요도가 찌릿찌릿하거나 아프기도 하다. 소변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박 과장의 고민은 전립선에 이상이 생긴 탓. 전립선은 방광 밑에 위치하며 밤톨 모양으로 정액을 구성하는 액체 성분의 일부를 만들어 분비하는 생식기관 중의 하나다. 이 전립선에 악성 종양이 생긴 전립선암은 최근 우리나라 남성들의 암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중앙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립선암은 2002년 3%로 6위를 차지한 이후, 증가하여 2007년 방광암을 제치고 5위가 됐다. 사망율 역시 가장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남성들의 공포의 대상인 전립선암에 대해 알아보자.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의심해 봐야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에 잠재돼 있던 전립선암 발생인자가 유발돼 암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전립선암의 위험인자로는 나이, 인종, 가족력, 지방 섭취 등이 있다. 이외에도 호르몬과 제초제와 같은 화학약품 등도 발병인자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은 이중 어느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기보다는 여러 인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가장자리 부분인 말초대에서 주로 생기므로 전립선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전립선암이 커져서 전립선요도를 누르면 배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배뇨곤란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소변이 잘 나오지 않고, 소변줄기가 가늘게 나오면 전립선비대증보다는 전립선암을 의심해 봐야한다. 소변과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올 수도 있다. 전립선암은 뼈에 전이가 잘 되므로 뼈에 전이가 될 경우 뼈에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적기의 암 선별 검사로 완치율 높여야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경우 항문으로 초음파기를 밀어 넣는 경직장초음파검사를 실시한 후에 전립선조직검사로 확진한다. 50세 이상(가족력이 있거나 전립선암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40세 이상) 남성은 매년 피검사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와 항문으로 직접 손가락을 넣어 촉진하는 직장수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4.0ng/㎖ 이상이거나 결절이 만져지는 경우에는 전립선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전립선특이항원치가 3.0~4.0ng/㎖에서도 4.0 ng/㎖ 이상과 같은 수준의 암이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기준을 낮추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이 전립선암 선별검사가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낮은 병기에서 진단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수술법 및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달로 완치율이 높아졌다.
◇전립선암, 전립선절제술이나 방사치료 시행
전립선암 진단 시 전립선 내로 국한된 경우와 전립선을 약간 넘어 진행된 경우, 기대 수명이 10년이 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치료로 전립선절제술 또는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국소전립선암이면서 악성도가 낮고 암 분포가 적은 일부 환자들에게는 나이와 수술 및 마취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치료보다는 적극적인 관찰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방법은 개복하는 방법, 복강경을 사용하는 방법, 로봇을 이용한 방법 등이 있다.
방사선치료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 과거에는 직장 출혈, 혈뇨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방사선치료법의 발달로 합병증이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냉동치료, 고강도집적초음파 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 후 전립선특이항원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여 재발여부를 판단한다.
전립선암이 전이됐을 경우는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며, 남성호르몬을 없애는 호르몬치료를 해야 한다. 치료제는 뇌하수체에 작용하는 주사제와 남성호르몬 수용체를 차단하는 먹는 약물들이 있다. 같은 원리로 양측 고환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떨어져 있는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원격전이가 일어나면 생존기간은 보통 24~36개월 정도가 된다.
원격전이로 인한 호르몬치료 중에는 남성호르몬 수용체의 돌연변이로 호르몬치료가 듣지 않는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생존기간이 12개월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으며 항암화학치료를 시행한다.
◇과도한 음주·오랜 앉은 자세 전립선암의 적
과도한 음주는 전립선암의 최대 적이다. 주 1회 이상 술을 마시고, 1회당 음주량이 소주 1병 이상인 경우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다. 스트레스는 술로 풀기보다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좋다. 단, 운동 중에도 회음부가 직접 자극을 받는 자전거 타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오래 앉아 일을 하거나 자동차를 많이 타는 것도 좋지 않다. 직장인들의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립선 부위에 압박이 가해져 골반 근육이 긴장을 하게 되고 전립선으로 소변이 역류하면서 전립선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되도록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 것이지만, 이것이 힘들 경우 적어도 1~2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운동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도움말=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진선 교수
/윤철원기자 ycw@kgib.co.kr
● 대한비뇨기학회가 제시한 전립선암 예방 7대 수칙
①50대 이상 남성은 매년 한 번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다.
②가족 중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40대부터 매년 전립선암 검진을 받는다.
③된장, 두부, 청국장 등 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먹는다.
④동물성 고지방식을 피한다.
⑤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
⑥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를 먹는다.
⑦주 3회, 30분 이상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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