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음식’은 적게(小) 먹고 채소(蔬)가 주를 이루며 웃으며(笑) 즐기는 ‘삼소 음식’이다. 채식이 전부이지만 금하는 채소도 있다. 냄새·자극성이 강한 오신채(五辛菜·파·마늘·달래·부추·흥거)다. 오훈채(五?菜)라고도 부른다. “오신채는 익혀 먹으면 음심이 동하고 날로 먹으면 성이 난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에겐 원기·정력을 돕는 음식이다.
오신채 중 ‘마늘’은 냄새가 나는 것 외엔 다른 모든 면이 이로워 별명이 일해백리(一害百利)다. ‘일해’는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의 냄새다. 알리신은 항암 효과가 있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다. 고의서(古醫書) ‘본초강목’엔 “강정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고, 호색한 카사노바가 굴과 함께 정력식품으로 애용했다고 한다. ‘파’는 양파와 함께 스태미나 식품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에게 파·마늘을 먹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프랑스의 많은 호텔에선 지금도 신혼부부에게 양파 수프를 제공한다.
‘부추’를 민간에선 양기를 북돋워준다고 해 ‘기양초(起陽草)’,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성욕만 커지게 만든다고 해 ‘게으름뱅이풀‘’이라고 부른다. “봄 부추는 인삼·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달래’는 산에서 나는 마늘이다. 마늘과 영양·효능이 비슷하다. 몸을 따뜻하게 하며 몸이 찬 사람이 먹으면 허리 통증도 완화된다고 한다. ‘흥거(興渠)’는 ‘무릇’의 다른 이름으로 파·마늘과 성분이 거의 같다.
사찰 음식의 요체는 제철 재료와 천연 재료다. 인공조미료 대신 다시마·버섯·들깨·콩가루 등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사찰 김치는 젓갈 대신 조선간장·된장·고추장·잣·깨로 맛을 낸다. 감초를 감미료로 쓴다. 단백질은 콩·버섯으로, 칼슘은 우유 대신 무청으로 섭취한다. 사찰 음식 재료 중 웰빙 효과가 높은 것으로 연근·우엉·머위 등이 꼽힌다.
사찰 음식은 성인병·비만의 주범인 고지방·고열량식을 피하는 데 으뜸이다. 채소에 풍부하게 든 식이섬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관질환 예방을 돕는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다. 유명 사찰이 있는 산은 그래서 더욱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등·하산 때 사찰 음식 한 끼를 대접 받는 게 기뻐서다. ‘절밥’은 ‘약밥’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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