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대통령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 같으면 비록 떨어졌을지라도 국회의원쯤은 하게 되면 하고 안 해도 그만인 금도를 갖는 것이 국민적 상식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민주당을 탈당, 고향인 전북 전주 덕진선거구에서 4·29 재보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은 이 같은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는 처신이다.

민주당을 탈당하든, 안하든 무소속 출마를 하든 말든 국민사회가 알 바는 아니다. 문제는 한국형 정치인 수준의 후진형이다. 그가 민주당 공천을 낙관시한 것은 대통령 출마자라는 이력을 착각한 데 있다. 적어도 내가 대선 후보를 지냈는 데 설마한들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야 안 주겠느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에 죄를 진 죄인이다. 정권을 빼앗겨 야당으로 전락케 한 장본인이 바로 그 자신인 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선거 패배는 종국적으로 모든 책임이 후보자에게 돌아간다. 정동영 전 장관은 낙선 대통령의 입지를 당에 석고대죄할 죄인으로 보기보단 훈장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복당하겠다는 것은 당을 공당(公黨)이 아닌 사당(私黨)으로 보는 안하무인의 태도다. 정당이 특정인 중심으로 오락가락해선 패거리 모임의 붕당이지 정당이랄 수 없다. 민주당이 정녕 공당이라면 정 전 장관의 공천 배제에 반발, 지도부를 성토하는 당내 파벌주의에 엄정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정 전 장관 역시 대선 ‘재수병’에 걸린 것 같다. 정치 재개의 의도가 차기에 있는 감이 역력하다. 그렇더라도 국회의원이 뭔지, 무소속 출마까지 강행한 것은 무리수다. 원내가 정치 재개의 필수는 아니다. 그가 이번에 당에서 공천을 안주면 ‘그러느냐’며 조용히 백의종군으로 임하면 오히려 다음 전당대회서 당 대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낙선 대통령의 입지를 우월시해 당을 맘대로 탈당하고, 또 나중에 멋대로 복당하겠다며, 혼자 다 좌지우지하려는 듯한 그의 행태에서 국내 정치인이 아직도 못버린 구태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람은 어려울 때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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