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전설이다. 복희씨, 신농씨와 더불어 삼황(三皇)의 한 분인 황제(黃帝)가 풍우농무를 맘대로 구사하는 치우와 벌인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못해 자기 딸인 발(魃)을 불렀다. 발은 추녀였으나 몸에서 열화가 들끓었으므로, 아버지의 명을 받아 치우의 풍우농무를 열기로 들이쳐 무력화시켜 항복을 받았다. 그러나 발도 기력을 소진하여 하늘로 다시 오르지 못하고 지상에 머무는 데 그녀가 가는 곳마다 심한 가뭄이 들곤했다. 가뭄을 한발(旱魃)이라고 부르게 된 유래다.
홍수도 무섭지만 가뭄도 무섭다. 아프리카의 기근은 농토의 사막화로 인한 것인데 그 원인은 해마다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한반도는 북태평양의 고기압권에 들어 다행히 가뭄으로 사막화까지 될 염려는 없다. 그러나 고기압의 이상 발달이나 약화로 강우전선이 늦게 형성되기도 하고 기간이 짧은 때가 있다. 가뭄이 드는 것이다.
한 문헌에 의하면 삼국사기와 조선조실록 등에 나타난 한해가 약 2천년동안에 304회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대기근의 한해는 105회다. 현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지난해까지의 가뭄은 159회다. 유의할 점은 문헌에 의한 기록은 가뭄피해, 즉 한해이고 기상관측의 가뭄은 한해에 이르진 않았으나 날씨가 가물었던 것을 말한다. 가뭄의 기준은 1개월이 넘도록 강수량이 전혀 없었던 경우다.
현대 농업은 수리시설이 발달하여 웬만큼 가물어서는 한해를 당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는 논농사 이야기고 밭농사는 한 달동안 비가 안 오면 타들어 간다. 논농사 역시 수리시설이 되긴 했어도 비가 적당히 내리는 자연의 혜택과 비교될 수는 없다.
지난 겨울가뭄에 이어 봄에도 비가 인색했던 차에 엊그제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곧 모내기 철이 닥친다. 뭣보다 파종과 모종이 어려웠을 만큼 가뭄을 탔던 밭농사에는 일적천금의 자우(滋雨)다.
논농사든 밭농사든 열흘에 하루꼴로 비가 흡족히 내리는 것이 좋다. 인공 강우를 말하지만 대자연의 조화를 당할 수는 없다. 날씨가 가물면 농사 짓는 이들의 가슴이 작물과 함께 탄다. 아직도 비는 더 내려야 한다. 올해도 대지를 적시는 순한 비가 흡족히 내려 한발, 한해가 없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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