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 타기 권장이 한창이다. 중앙·지방의 관권이 자전거타기운동을 권장하는 것 자체는 좋다. 자전거를 타면 몸에도 좋고, 무공해 동력으로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연료도 절감된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게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는 현실이다. 우선 생각되는 게 생활 패턴의 변화다. 이동의 기동성이 요구된다. 동행이 필요한 다수의 이동도 많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처럼 단조로운 생활이 아니다. 자전거 출퇴근이 무더기로 꼬리를 이었던 베이징의 은륜은 시가지의 명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은륜의 장관은 퇴색돼 가고 있다. 자전거 대신 자동차가 늘었다. 생활 패턴의 변화인 것이다.
또 생각되는 것은 자전거 길이다. 자전거(自轉車)의 ‘거’는 수레거 자(字)다. 차도가 자전거 길임을 모르지 않지만 위태롭기가 짝이 없다. 차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는 질주를 일삼는 크고 작은 동력차 틈새에 자칫 잘못하면 끼어 샌드위치되기가 십상이다. 공연히 차도에 끼어들어 운전에 방해가 된다며 자동차 운전자들의 눈총만 산다. 그래서 인도로 타고 가면 이번엔 보행에 지장을 주어 행인들의 미움을 산다. 보행자와 부딪혀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자전거를 차도나 인도나 맘놓고 타고갈 길이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서울까지 가는 자전거 길도 만든다고 하고, 전국을 일주할 수 있는 자전거 길도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없는 길을 만들어 자전거 길로 하는 것은 아니다. 차도의 일부나 인도를 떼어 자전거 길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자전거 길이 안전할리는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보장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렇긴 해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길에선 되도록이면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나 홀로 갈 일이거나 별로 바쁘지 않은 일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관을 동원, 차도를 통제해 자전거타기 캠페인을 벌여놓고 자전거타기를 권장하는 것은 난센스다. 또 만약에 자전거타기로 시내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의 승차인구가 줄어 경영에 타격을 받는 것을 가정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된다. 자전거타기운동의 시책이 너무 피상적이고 즉흥적인 것 같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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