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妻’의 불평등

처(妻)의 대칭을 흔히 남편(男便)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부(夫)다. 법률 용어도 부라고 한다. 처를 둔 보통명사는 많다. 악처(惡妻), 양처(良妻), 현처(賢妻), 영처(令妻) 등이 있다. 악처는 부덕(婦德)이 없는 아내를 말한다. 양처는 착한 아내를 일컫는다. 현처나 영처도 비슷하여 좋은 아내란 뜻이다.

그러나 양부(良夫) 현부(賢夫)란 말은 없다. 영부(令夫)는 더 말할 것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어진 아버지라는 뜻의 현부(賢父)는 있어도 어진 남편의 현부(賢夫)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악부(惡夫)란 말은 있다. 못된 남편이라는 말이다.

또 나쁜 여자라는 뜻으로 악녀(惡女)란 말은 있어도 나쁜 남자라는 뜻의 악남(惡男)이란 말은 없다. 좋게 쓰는 숙어로 선남선녀(善男善女)란 말이 있지만, 이는 불가(佛家)의 말로 불법에 귀의하여 믿음이 깊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 원래의 뜻이다.

처와 부에 관한 보통명사를 정리해 보면 남녀의 차별이 심해 불공평하다. 여자에게는 처만이 아니라, 심지어 며느리의 부덕까지 강조하는 현부(賢婦)란 말이 있으면서, 남자쪽인 부에 관해서는 기껏 악처에 대칭되는 악부만이 있다. 지아비의 도리 보다는 지어미의 도리가 더 일방적으로 요구된 것은 남존여비 사상이 짙은 한문권문화에 기인한다.

현대사회에선 특히 애처가가 많다 못해 공처가가 된 남편들이 적잖다. 애처가와 공처가는 다른 점이 있긴 하나, 실제로는 구별이 어려운 사실상의 동의어다. 소크라테스가 그의 처 크산티페에 대해 공처가로 평판났지만 애처가다. 예컨대 물바가지를 뒤집어 쓰고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애처가의 여유였던 것이다.

지금 세상에도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아내가 있다고 한다. 몹쓸 악부의 소행이다. 반대로 아내에게 매맞고 사는 남편 또한 있는 모양이다. 악처라 할만 하다. 부부 간에 가장 금기인 것이 폭력이다. 폭행을 직접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압행위도 폭력이다. 부부 간에 특히 남자의 체력적 우위를 약한 여성에게 무기화하는 폭력은 비열한 짓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고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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