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식량기지

풀무원과 유니베라(옛 남양 알로에)에 이어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연해주에 해외식량기지를 확보했다. 식량을 거의 수입하고, 지난해 곡물가 급등의 홍역을 치른 우리나라로선 안정적 물량 확보 측면에서 희소식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러시아 연해주의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 지분 67.6%를 뉴질랜드 소유주로부터 인수키로 합의했다. 농장은 1만㏊(3천25만평)로 여의도 넓이의 약 33배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까지 4만㏊의 농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2014년엔 연간 총 6만t의 옥수수와 콩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물량을 국내에도 공급할 방침이어서 축산농가의 사료 수급 불안정과 급격한 가격변동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쌀을 뺀 국내 곡물 소비량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해외농장 개척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데다, 외교적 문제나 경제성 논란으로 좀체 늘지 않았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선 풀무원과 유니베라가 해외농장 사업에 적극적이다. 풀무원은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각각 1천850㏊, 800㏊의 농장에서 두부, 콩나물 등을 만드는 콩을 재배하고 있다.

유니베라는 창업주인 고 이연호 회장이 1988년 미국 텍사스에 알로에 농장을 세운 뒤 멕시코 탐피코에 이어 지난해 중국 하이난성 등지에서 총 1천523㏊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농장 개척이 순탄치만은 않다. 정치바람에 휩쓸리면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 로지스틱스가 아프리카 동쪽의 마다가스카르에서 추진해 온 130만㏊의 초대형 농장 계획은 정변에 따른 정권 교체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중국 농장에서 유기농 콩만 생산하는 풀무원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이지만 중국산 먹거리 안전문제가 터질 때마다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유니베라도 중국 농장에서 나오는 친환경 알로에 제품이 국내에 들어오는데 ‘중국산’이란 표기부터 신경쓰여 걱정이 많다.

식량확보는 국가적 과제다.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외교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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