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학적 정서는 다른 생명체엔 없는 타고난 고유의 유전이다. 청소년시절에 으레 문학도를 꿈꾸는 게 이 때문이다. 이리하여 홍안의 등단을 하지 못해 일상의 생활에 쫓기면서도 맘속은 늘 문학의 주변을 맴돌며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백발의 등단이 간혹 있다. 홍안의 등단만이 성공한 문인인 것은 아니다. 백발 등단의 늦깎이 성공은 또다른 각별한 의미가 함축된다.
연전에 시 ‘春山(춘산)을 오르며’ 등으로 경인시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靑波(청파) 李炫周(이현주) 시인이 이런 분이다. 칠순을 이태 앞두고 등단한 이현주 시인이 며칠전 고희(古稀)를 겸한 기록문학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수원시내 호텔 케슬에서 있었던 출판기념회는 화환이나 축의금을 일체 사양했다. 학(鶴)을 연상케하는 노 시인의 인품이 묻어났다. 운집한 지인(知人)들의 진심어린 축하의 정경이 가득했다.
기록문학 작품은 처녀시집 ‘춘산을 오르며’와 수필집 ‘앞만 보고 가다가 뒤돌아보는 인생’ 등이다. 평택 태생의 시인은 오랜 공직생활을 했다. 그의 시와 수필에는 삶을 관조하는 완미(玩味)가 풍요하다. 달관(達觀)이 있다. 혜지(慧知)가 있다.
시집 32쪽 ‘그리움’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멍이든 하늘이면 / 검은 비가 내려야 한다 / 빗물을 받아보면 / 맑은 물이 고여 있다 / 겉과 속 / 다르다 해도 / 같게 느껴 사는 삶 / 세월이 흘러가면 / 슬픔도 흐려지고 / 슬픔도 그리움도 미움으로 깊어진다 / 이 마음 / 촉촉히 적셔줄 / 진정 그날 언젤까’ 시어(詩語)가 서로 속삭이듯 하면서도 전해지는 호소력이 진하다.
‘어머니의 메아리는 소리 때문에 들리는 게 아닙니다.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입니다…’ 이는 수필집 159쪽 ‘어머니의 메아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수필의 첫 대목이다. 농축된 인생의 경륜이 영롱하게 토해내는 절규인 것이다.
기성 문인들 칠순이 작품의 노쇠기라면, 신인 문인의 칠순은 작품의 분출기라고 할 수가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이고 쌓인 시문학의 열정을 쏟아 두번 째 시집, 세번 째 시집이 잇따라 나오기를 기대한다. 청파 이현주 시인은 노인문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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