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꼬리는 삼년 묵혀도 황모(黃毛)가 안 된다’는 속담이 있다. 황모는 족재비 꼬리털이다. 좋은 붓을 매는데에 으뜸가는 재료로 쓰인다.
경기도의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황모가 될 수 없는 개꼬리인 것 같다. 걸핏하면 보채는 돈 타령 소릴 듣기에도 이젠 신물이 난다. 한데, 도의원들은 신물도 안 나는 모양이다. 염치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역의원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 경기도의회다. 그런데 보도된 기사를 보니, 관광성외유로 지탄받기 일쑤인 해외연수비를 1인당 연간 18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39%나 올려 달라고 행정안전부에 건의한다는 것이다. 또 있다. 지금 받고 있는 의장 연간 업무추진비 6천360만원, 부의장 3천120만원, 상임위원장 2천304만원, 의원 610만원으로는 물가가 올라 모자란다며 20% 인상을 획책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두 약 3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겨 도민의 혈세가 더 축난다.
돈이 궁한 사람들도 아니다. 대부분의 도의원들은 본업, 즉 생업은 따로 있고 의원직은 부업인 겸업의원들이다. 이런 터에 예산 부담을 늘리는 돈·돈 돈노랠 일삼는 건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빼먹고 보자는 심산인 것으로, 이는 지방자치정신의 위배다. 지방자치에서 지방의원 본연의 소임은 주민들이 세금을 덜 내도록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예산을 줄이고, 편성된 예산은 제대로 집행됐는지를 감시하는데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경기도의회는 마치 예산은 공돈인 것처럼 여기지 않고서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잇속 챙기기에 안달인 것은 유감이다. 정작 물가가 올라 고통받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도대체 도의원들이 물가 때문에 무슨 고통을 받는단 말인가, 경제난에 실직가장들이 속출한다. 최고 연봉에도 욕심이 차지 않은지 뭘 한다고 해외연수비며 업무추진비를 올려달라는 것인가, 오히려 깎아야 할 일이다.
‘앉을 자릴 보고 발 뻗으라’고 했다. 경기도의회의 그 같은 건의가 행정안전부에서 통할리 없다. 공연이 체신만 떨어뜨린다. 경기도의회의 이런 병폐가 한나라당 ‘1당 의회의 전횡’에서 비롯된 사실은 한나라당 경기도지부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민심 이탈을 우려한다면, 한나라당 도의회의 민심 이탈 요인의 행태를 당 차원에서 걱정해야 할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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