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선덕여왕’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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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 TV 사극 ‘선덕여왕’이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의 내용과 역사적 사실이 또 여론에 올랐다. 작가의 상상력, 허구가 시청자의 관심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자칫 잘못된 역사 지식을 주입할 수 있는 위험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 ‘덕만’은 쌍둥이동생으로 나온다. 이후 태종 무열왕이 되는 김춘추의 어머니 ‘천명’은 덕만의 언니로 설정됐다. 그러나 김부식의 ‘삼국사기’ 5권엔 “선덕왕이 즉위했다. 휘는 덕만이다. 진평왕의 장녀로서 어머니는 김씨 마야부인이다. 덕만은 성품이 너그럽고 어질며 총명하고 똑똑했다. 왕이 죽고 아들이 없자 국인(國人)이 덕만을 세웠다. 성조황고(聖祖皇姑)라는 칭호를 올렸다”고 기술됐다. 반면 1989년 발견된 박창화의 ‘화랑세기’ 필사본에는 덕만이 차녀로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덕만은 ‘미실’의 암살 계획을 피해 진평왕의 시녀 ‘소화’의 품에 안겨 중국으로 피신한다. 덕만은 그 곳에서 거간꾼 노릇을 하며 중국어와 로마어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그러나 이 부분은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해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된 부분이다. ‘신라사학회’는 “선덕여왕의 출생 연도와 성장과정을 기록한 사료는 없지만 중국에 간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권력욕의 화신 미실은 선덕여왕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 전쟁’을 펼치고 즉위와 통치를 방해한다. 하지만 진흥왕부터 진지왕, 진평왕까지 3대 왕을 섬겼던 미실은 선덕여왕이 즉위할 즈음엔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진위 여부에 따른 문제점은 있으나 ‘화랑세기’에 미실의 동생 ‘미생’이 550년에 태어난 것으로 기록됐다. 즉 미실은 549년 이전에 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선덕여왕이 즉위한 632년에 미실은 적어도 83세다.

비교적 짧았던 당시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미실은 632년에는 이미 숨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선덕여왕은 즉위 당시 50세가 넘었을 것으로 학계에선 본다. ‘삼국사기’나 일연의 ‘삼국유사’에 미실은 나오지 않는다.

‘선덕여왕’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극 방영 때 정사(正史)에는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 자막이나 내레이션 등으로 보충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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