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장학과 복지사업을 위한 청계재단이 설립된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송정호 변호사가 설립추진 위원장이다. 재단 기금은 이명박 대통령이 낸 부동산과 동산 등 331억4천200만원 규모다. 대선 후보 때 집 한 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청계’(淸溪)는 대통령의 아호다. 그는 재산 기부의 소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은 중간 부분이다. ‘야간 고등학교라도 꼭 가야 한다고 저를 이끌어 주셨던 중학교 담임선생님, 주경야독의 고등학교 시절, 시장통에서 가게 앞에 좌판을 놓고 장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가게 아저씨, 일용직으로 일하는 저에게 책을 주시면서 대학입학시험을 보라고 강하게 권유하셨던 청계천 헌 책방 아저씨, 막상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자 등록금을 미리 당겨 마련해 주면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대학 4년간 일감을 주셨던 이태원 재래시장 상인들….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이런 말도 했다. ‘제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 전이었습니다. 기업을 떠나면서 저는 이미 그 생각을 굳혔고 ‘신화는 없다’라는 책에서 그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말미 부분에서는 ‘확신하건대, 재산보다 더 귀한, 더욱 큰 사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흔히 재물을 탐하는 대통령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이미 지닌 재산을 모두 사회에 내놨다는 대통령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국내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에서도 주요 뉴스로 타전했다.
호사가들의 비아냥이 있다면 ‘당신은 남을 위해 뭘 했느냐?’고 묻고 싶다. 인간은 어차피 ‘공수래 공수거’다. ‘청계’의 재산 환원은 숙연하다. 기부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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