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이 헐고 손과 발, 얼굴 등에 발진이 생기는 수족구병(手足口病)은 주로 영·유아들에게 걸린다. 대체적으로 열감기 정도로 쉽게 지나가지만 뇌수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상치 않은 병이다.
지난달 30일 현재 전국 140곳 의료기관에서 2천180명의 수족구병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 병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지난 4월28일 수원에서 12개월 영아가 수족구병 발진이 생긴 뒤 무기력 증상을 보이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5월5일 숨졌다. 서울에선 12개월 된 또 다른 영아가 지난 5월말 수족구병 증세를 보이다 6월초부터 뇌사상태에 빠졌다. 올해 벌써 46건이나 발생해 결코 안이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사망 영아와 뇌사 영아에서 검출된 수족구병의 원인이 중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71(EV71)형으로 확인됐다. 경계의 끈을 더욱 당겨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까지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 환자가 10만명 가량 발생해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국내·외에서 전개되는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수족구병과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증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대처가 충분한 지에 대해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수족구병 사망자 첫 발생 사실을 2주나 지나 밝혔으며 예년과 비교해 수족구병이 크게 유행할 조짐은 없다는 전망도 당시 내놓았었기 때문이다. 병·의원이 환자 발생을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 환자숫자가 집계보다 훨씬 많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늦은 봄과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수족구병은 전염성이 강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아직 예방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보건당국은 물끓여 먹기와 손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널리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고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들도 수족구병 예방을 경시해선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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