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미영씨

이런 말을 했다. “역경에 처해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유명 인사의 말이 아니다. 마흔두살 아까운 나이에 히말라야 고산에서 숨진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코오롱 스포츠 챌린지 팀장)의 말이다. 어느 산악 전문기자가 고인을 추모하며 쓴 기사에서 그 같은 말이 소개됐다.

고미영씨는 역경에 대한 도전을 고통으로 여기기 보단, 행복한 마음으로 극복해내곤 했던 것이다. 해발 8천125m의 낭가파르바트 등정은 그가 목표한 8천m급 봉우리 14번 중 11번 째다. 지난 12일 정상을 오르고난 하산길에서 실종된지 사흘만에 발견된 주검은 만년설에 반쯤 묻혀있어 실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락한 지점의 계곡이 워낙 험준하여 헬리콥터로 주검을 수습하는 데 여러날 걸렸다.

역경을 이겨내는 덴 물론 이를 악무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고통이다. 그러나 기왕 다진 극복의 의지를 고통스럽게만 여기기 보단, 행복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심오한 의미가 담긴 금언 중 금언이다. 많지 않은 나이에 터득한 고매한 이치는 고산 등반에서 깨우친 좌우명일 것이다. 비단 등반만이 아닌 일상생활의 범사가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갖는다. 우리가 처하는 어려운 역경에, 그 역경을 타개해야 하는 것은 어차피 우리다. 역경 타개의 고통을 고통으로 알기보다는, 기왕이면 행복하게 여기는 게 생활의 지혜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을 오바마가 며칠 전 또 이렇게 했다. “누구든 운명을 대신 써주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밀어준 흑인사회에 감사한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으로 특별히 해줄 게 없다며 오직 배움에 열중하라”고 말했다.

화제가 좀 빗나갔다. 고미영씨의 안태 고향은 전북 부안이고 성장 고향은 인천이다. 고인의 유해가 어제 유족과 산악인들의 오열속에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운구됐다. 곧 있을 영결식에 이어 화장되는 유골을 히말라야 8천m급 고산 3개봉에 나눠 뿌려 고인의 염원이었던, 14개 고산의 등정 꿈을 영혼이나마 마저 이루게 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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