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파라치’

파파라치가 사태났다. 우선 생각되는 게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신고하는 ‘교파파라치’ 잘못된 음식점을 신고하는 ‘식파파라치’ 쓰레기 무단투기를 신고하는 ‘쓰파파라치’ 선거사범을 신고하는 ‘선파파라치’ 학원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학파파라치’ 등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얼마전 교사에게 촌지 주는 것을 신고하면 3천만원까지의 포상금을 주는 ‘촌파파라치’를 시행한다고 했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파파라치는 염문설이 파다했던 전 영국 왕세자빈 다이애나를 파리 시가지에서 쫓던 사진작가들의 맹추격으로 그녀가 탄 차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망한 데서 비롯된 유행어다. 파파라치(paparazzi)는 원래 이탈리아 말로 유명인 대상의 몰카꾼을 일컫는다. 파리 떼처럼 달려든다는 뜻이 담겼다.

그런데 이들 사진 파파라치는 극성스럽긴 해도 프로 작가다. 자신이 찍은 희귀 영상을 언론사나 잡지사에 비싼 값을 받고 판다. 이에 비해 앞서 예를 든 국내 파파라치는 남의 비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다. 즉 포상금을 노려 남을 밀고하는 것이다.

파파라치의 신고 내용은 사회악이다. 사회악 척결은 마땅하나, 순수한 시민정신이 아닌 포상 위주의 밀고는 또한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 이렇긴 해도 파파라치의 신고가 필요하다면, 이 사회의 시민정서 결여라고 보아져 안타깝다.

한데, 또 하나의 파파라치가 등장할 것 같다. ‘뇌파파라치’다. 공무원에게 뇌물로 돈을 준 공여자가 신고하면 그 돈을 수뢰 공무원으로부터 되돌려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이의 시행을 8월부터 시작할 예정으로 검토하는 모양이다.

대구시청을 출입했을 때다. 기자실을 찾아 공무원에게 돈을 주었다는 50대 남자가 있었다. 공장 증축을 하는데 건폐율 때문에 준 돈을 지금은 공장을 그만두었으므로 찾아야겠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한심하기도 하고 무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 구청 건축과장인 당사자에게 당장 되돌려 주도록 한 적이 있다.

뇌물을 받은 사람도 나쁘지만 준 사람도 좋은 사람은 아니다. 공직사회의 뇌물 풍조는 추방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법에 반한 이익을 위해 공무원을 이용한 공여자를 두둔하는 것은 인성사회의 방법이 아니다. 경기도의 ‘뇌파파라치’ 검토는 철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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