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내가 사는 수원 조원동은 서민층 동네다. 집 주변 50m안에 A·B·C 세 곳의 골목가게가 있다. 슈퍼마켓이다. 가장 가까운 곳이 C다. 다음은 B·A 순이다. C는 제일 가깝지만 잘 안 간다. 친절미가 없다. 주인이 간부 공무원을 지냈다는 것으로 들었다.

B는 가끔 가긴해도 좀 그렇다. 한 번은 내가 즐기는 상표의 막걸리를 찾느라고 한참동안 뒤졌지만 없었다. 나의 그런 모습을 본 주인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술을 넣어둔 냉장고 창문을 한참동안 연게 언짢았던 것이다. 아마 전기요금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A는 집에서 가장 멀지만 단골 가게다. 젊은 부부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보기가 좋지만 물건값이 싸다. 예를들면 B에선 ‘맛동산’ 과자 한봉지를 1200원 받는 데 A에서는 1000원이다. 같은 골목가게인 데도 무려 20%의 차이가 난다. A가게는 손님들이 붐빈다. 물건을 든 채 계산대 앞에서 줄지어 서는 경우가 잦다. B나 C가게에선 볼 수 없는 고객 행렬인 것이다.

골목가게를 힘들게 하는 것은 대형유통점만이 아니다. 역시 내가 사는 동네 시장 입구에 가면 O마트가 있다. O마트는 대형 유통점이 아니다. 경찰관 출신이 주인이라는 것 같다. 손님이 항상 와글와글 한다. 물건좋고 값은 싸기 때문이다. 골목가게나 O마트에서나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거리 안에 골목 상권을 죽인다는 대형유통점이 있다.

대형 유통점을 기업형이라고 하는 데 완전한 대기업이다. 이런 대형 유통기업의 거미줄 영업망이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해도 번창을 누리는 골목상권의 슈퍼마켓이나 O마트도 있다.

이런가운데 장사가 안되는 동네 슈퍼마켓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을 관계 당국이 강구해보긴 해야 된다. 하지만 ‘제자백가 쟁명’식의 중구난방 대안보다 먼저 스스로가 더 노력해야 하지않나 싶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애국심이나 애향심에 호소해서 되는 때가 아니다. 속담에 ‘외삼촌 떡도 커야 사먹는다’고 했다. 동네 골목 같으면 무엇보다 골목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아야 된다. 소비자 주권 시대다. 소비자의 선택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골목상권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해야 된다. 대형 유통점 또한 불특정 다수의 서민층 고용효과가 높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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