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승패를 거듭한다. 개인 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베이징올림픽의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가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저조한 기록을 보인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안타까운 일이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패배는 물론 선수 본인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박태환도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2연패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이 심적 부담을 주었을 것은 자명하다.
박태환 스스로 “많은 성원을 보내 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쳐 죄송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올림픽 때보다 두 배 이상 큰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나를 둘러싸고 대표팀과 전담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압력과 수영 관계자들 간의 파벌싸움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는 비판은 의미가 깊다. 결승 탈락의 책임 일부를 남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수영계의 고질적 파벌 싸움에 전담코치도 없이 훈련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스폰서업체인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박태환 전담팀을 구성했으나 전담코치를 두지 않았다. 올해 있은 두 차례의 미국 전지훈련에선 미국인 코치의 지도를 받게 했고 국내에 와서는 노민상 대표팀에게 박태환을 맡겼다.
전담팀은 미국인 코치와 함께 박태환의 주종목을 1,500m로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지구력 훈련에 주력했지만, 노민상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 은메달을 딴 400m와 200m를 주력 종목으로 보고 스피드 강화훈련을 주로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목표가 다른 훈련을 시킨 셈이다.
더구나 스폰서와 광고업체의 경쟁이 훈련을 망쳤다. 현지 적응을 이유로 먼저 로마에 간 박태환의 가장 중요한 기간에 광고 촬영을 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 박태환이 거부할 수 없었음은 능히 예상된다.
박태환 선수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20살의 청년이다. 내달 1일의 1,500m경기와 내년 아시안게임, 2012년 올림픽 등 세계적인 수영경기는 많다. 박태환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부진을 귀중한 경험과 보약으로 삼았을 것으로 믿는다. 스폰서업체, 수영계는 물론 국민 모두 박태환 선수가 금빛 물살을 다시 가를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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